중국 광동성과 복건성에는 요즘 성들이 많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단일
업종으로 거대한 아성을 구축한 것이 바로 "신발성"이다.

93년말 현재 홍콩 대만의 신발관련기업의 중국투자건수는 1천7백건을
헤아리고 있다. 중국 남부에 완벽한 생산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이들 기업들이 조용히 성을 쌓고있을때 한국기업들은 목이 타도록 관리
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한편으론 한국정부의 해외투자 1개국 5개사 규정
(1개국에 5개사이상의 동일업종 해외투자금지)때문에 신발업계가 온통
피터지는 경쟁을 하기도 했다. 경쟁국들이 조용히 중국남부에다 높이
높이 성을 올리고 있을 때인데도..

1개국 5개사 규정이 나온 배경에는 중국을 인도네시아 태국정도의 나라,즉
한개의 국가로만 보았다는 중대한 과실이 숨겨져 있다.

신발업계에선 아마도 이 규정을 만든 정부의 "실무자"들은 중국을 한차례
도 다녀오지 못했고 그 윗사람들은 설사 다녀왔더라도 놀러나 갔다온 정도
였던 모양이라는 추측을 한다.

국제화에 대한 인식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1개국 5개사 규정을 폐지했을때는 이미 상황은 끝난후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행정에 불과한 것이었다.

산업의 공동화현상 방지라는 명분을 갖춘 조치로 나타난 결과는 무엇인가.
삼화 태화등 국내 대형신발 제조업체들의 한국내 제품생산 포기,줄지은
하청기업들의 직장폐쇄라는 부작용만 남았다.

물론 정책을 탓하기전에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부재도 한몫을 거든다. 해외
시장을 잃지않고 나태하므로 20여년이상을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에
주력하다가 변화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신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발업은 전통적으로 발바닥을 위한 물건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천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오너들이 대부분 기술자
출신으로 해외감각이 적었던점도 이런 사태의 불씨가 되었다.

여하튼 이제는 중국시장에의 신발업 투자진출은 물건너간 상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좀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중국시장을 겁내기 보다는 중국시장
에서 현지화를 통해 생존할수 있는 전략을 기업마다 가져야 한다.

우리기업의 대중국투자는 90%이상이 제조업에 몰려있다. 그중 90%이상은
수출만을 목적으로한 임가공성 투자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투자기한이 만료되면 그저 보따리를 싸고
철새처럼 다른곳으로 갈것인가.

중국시장에 대한 적극성을 가지는것은 이러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다 부가가치가 큰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도 있어야하겠고 그를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중국에서 얻을수 있는 것중에 가장 큰것은 바로 이 시간
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중국진출의 공식이 투자와 그에 따른 생산판매
네트워크형성 수출과 내수 한국내 모기업의 기술개발 촉진 중국투자기업의
철저한 현지화 중국투자기업과 국내 모기업간의 균형발전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형성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답이 될수 있지 않을는지.

중국시장의 크기를 수치화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GNP(국민총생산)니 농업 생산총액이 얼마니 따위의 숫자가 어느 만큼의
현실적인 시장성을 반영하는지는 매번 그 작업을 하면서도 잘 모를
일이지만,실제 눈으로 보고 피부로 체험한 바에 따르면 해답은 대개 케이스
바이케이스식으로 되고 만다.

중국을 호수와 비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깊이가 일정하지 않은데다
넓이도 시시각각 변한다. 홍콩무역발전국은 중국시장정보로는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시장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메리왕(여)
본부장은 중국관련문제로는 홍콩에서 유명인사에 속한다.

중국을 2백여회이상이나 방문했고 지금도 무슨 일만 있으면 지역을 불문
하고 쫓아 다니는 맹렬여성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되면 중국에 대해
전문가 소리를 들을만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국이
그렇게 쉬운가요"하면서.

한국기업이 중국과 교역하는 과정에서 "중국 호수론"은 점차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중국투자액을 다 합쳐봐도 홍콩기업의 1%도 되지 않는다.

중국시장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고 호수같다고 해도 이 정도가 되면
시장접근은 커녕 두레박을 내려놓기만 하고 물맛조차 보지 못한 상태라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도 무작정 규제를 하는 것은 상식밖이었다는 비평을 들을 만 하다.
돌을 들고 호수에 던지면 그저 넓게 퍼져나가는 동심원만 볼수 있지만 그
정도가 아니고 호수의 한쪽이라도 메워 내자리를 만들 방법은 없을지를
연구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