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쿄=김형철특파원] 호소카와 모리히로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의사 표명
으로 일본 정계는 또 한차례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사석에서의 "신세
한탄"쯤으로 넘어가는듯한 호소카와총리의 사임은 이제 기정사실로 굳어
졌으며 이를 계기로 일본정계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소카와총리의 사임은 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8개 파벌간 힘의 균형 변화
뿐만 아니라 야당인 자민당까지 뒤흔들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차기총리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는 3명이 유력시되고 있다. 여당내에서는 하타 스토무 부총리 겸
외상, 다케무라 마사요시관방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또 미야자와 내각 당시에 부총리를 지낸 와타나베 미치오도 신임 총리
예정자에 꼽히고 있다. 자민당내에서 와타나베파벌을 이끌고 있는 그가
탈당을 강행,여당에 합류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신생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정계개편구도로 되지
않겠느냐하는 분석이다. 이경우 호소카와총리 개인과 연관된 의혹사건을
문제삼아 총리를 사임으로 몰고가는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자민당은 이로인해
여당보다 심한 가슴앓이와 함께 분열상을 경험해야 할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하타외무상이 가장 유력한 차기총리로 전망되고 있다. 하타
외무상은 여당내 파벌간에 고른 지지를 받고 있으며 깨끗한 정치인으로
국민적인 이미지도 나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사회당등 여권일부에서는
차기정권은 누가 총리가 되던 선거관리를 위한 잠정정권이 될것이라며
신생당주도의 정권창출을 견제하는등 물밑에서의 집권을 위한 각축은 매우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치문제와는 달리 경제쪽에서는 누가 총리가 된다해도 종래의 노선에서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질 바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하타외무상이 차기
총리가 될 경우 그가 외교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소카와정권때보다는
대미통상분야에서 다소 더 개방적인 정책을 택해 시장개방 속도가 지금
보다는 빨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쪽으로서는 호소카와총리가 개혁적인 인물로 미정부의 지지를 받아온
터라 그의 사임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일 무역정책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일 통상마찰과 관련,일본의 갑작스런 정계개편으로
대일 통상정책에서도 다소 간의 방향전환이 있을 것이나 기본 골격은
바뀔게 없는 듯하다.

만일 하타외무상이 총리가 되지 않고 보수성향이 짙은 정치인이 시장
개방에 완고하게 버티게 되면 클린턴행정부로서는 큰 짐이 아닐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미국은 새로운 총리의 등장을 계기로 시장개방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내주 마라케시에서의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서명식에서 미국 캔터
무역대표부대표와 하타 외무상이 만나 두나라간의 포괄경제협의를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일본의 내각개편이 불가피,이번 회담의 개최여부도 불투명
해졌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통상협상이 본격 재개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