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연합 "자유동맹"이 이탈리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이탈리아의 경제정책방향에 세계의 촉각
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자유동맹에는 베를루스코니의 포르자이탈리아당외에도
움베르토보시의 북부동맹과 신나치주의세력인 민족동맹등 5개 정당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조율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이탈리아정계는 과거 2년동안 지속돼온 부정부패 척결
운동인 마니폴리테(깨끗한손)에 힘입어 신생정당들과 새로운 인물들로
대폭 교체될 예정이어서 경제정책 역시 급속한 변화의 시기를 맞을 것
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관련,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탈리아 언론계의 거물이자 자유
동맹을 주도하고있는 베를루스코니의 행보다. 불과 2개월만에 이탈리아
정계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한 베를루스코니는 총선 직후 가진 회견을
통해 자유동맹의 내부갈등에도 불구하고 부패척결과 경제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자유동맹의 내부결속을 도모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모든 개인적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과 선거공약들을 분석해 볼때 베를루스코니가 총리로
지명될 경우 우선 당장 예상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원리를 바탕으로한
국영기업의 급속한 민영화와 정부의 경제 간섭 철폐다.

과거 마거릿대처 영국총리처럼 철저한 자유시장경제신봉자인 베를루스코니
는 선거기간중 국영기업의 급속한 민영화와 소득세 삭감, 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 1백만명에 달하는 획기적 고용창출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또 카를로 참피 현총리의 긴축정책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발,
이탈리아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좌파연합의 국영기업에 대한 점진적 민영화안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 모든 국영기업의 급속한 민영화,관료주의 철폐,국가의 경제개입
축소등을 역설해왔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의 선거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현 될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구석이 많다.

연정 구성세력간의 갈등으로 정책운용상의 어려움이 예견되고 있는데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조직범죄,공기업 민영화로 촉발된 실업난,연금위기등
산적한 난제가 새정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부는 무엇보다도 2천조리라(1조달러)에 달하는 외채와 올해 1백44조
리라(8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재정적자에 맞서 힘겨운 씨름을
벌여야 한다.

소득세 삭감과 급속한 국영기업민영화,자유시장경제원리 고수등을 골자로
한 베를루스코니의 장밋빛 청사진도 사실 그 실행과정에서 국가의 공적
부조에 의존해온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불안을 야기시킬 소지가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뭉쳤던 자유연맹 참여 세력간의 불협화음 역시 차기
정부의 정책노선 결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총선 승리직후 움베르토 보시 북부동맹 의장은 총리 지명권이 있는
오스카르 루지 스칼파로 대통령에게 자신이 차기정부 구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수 있도록 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또 베를루스코니를
겨냥,"구정권 아래서 만들어지고 보호받은 경제엘리트 출신"이라고 비난
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베를루스코니는 거듭 자신이 총리가 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족동맹 지도자인 지안프란코 피니도 지역당인 북부동맹 출신
총리는 결코 받아들일수 없다는 강경한 뜻을 피력했다.

총선 직후 활황세를 보이던 밀라노 주식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던
것도 총선승리세력간의 이같은 갈등 노출과 그에 따른 정국 불안 때문
이었다.

움베르토 보시가 최근들어 유화적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우파연합
내부의 갈등은 전후 53번째가 될 이탈리아 신정부 구성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의 신정부 구성은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당수가
하게 돼있다. 정당간의 협상으로 일단 총리가 임명되면 총리가 조각을
담당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4월15일 의회가 개원하면 20일께 부터 총리
선택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며 4월말께는 조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탈리아 신정부가 앞으로 전개될 경제개혁과정에서 어떻게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고 한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