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저녁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1년 이상 끌어왔던 회원
확대문제를 마무리지은 기념으로 자축연을 가졌다.

여느 파티처럼 이곳에 모인 회원국대표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내년 1월
부터 신규 회원이되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입성을
축하해줬다.

이제 회원국수가 16개국으로 늘어나면서 경제규모나 인구등 모든 면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큰 조직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사에도 불구,파티장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냉랭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특히 투표권 행사를 둘러싸고 마지막까지 자국의 뜻을 꺾지 않았던 영국
스페인과 나머지 10개 회원국 대표들간에는 서먹서먹한 표정이 역력했다.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영국과 스페인은 4개국의 신규가입에 관계없이 예전
처럼 23표의 반대가 있으면 부결된 것으로 하자고 주장한데 반해 나머지 10
개국은 회원국이 늘어남에따라 부결 가능표수도 당연히 27표로 늘려야
한다고 맞서 지리한 소모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27일 그리스에서 극비리에 열린 회원국 외무장관회의에서
"반대가 23~26표인 경우 적당한 기간동안 결정을 유보한다"는 다소 애매한
절충안을 만들어 회원 확대문제를 일단락 짓긴 했으나 뒷맛이 개운치
않은듯했다.

그리스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투표권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지 법정에 까지 끌고갈 문제는 아니다"며 법정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영국을 은근히 비꼬기까지했다.

회원 확대문제 하나를 놓고 29차에 걸친 협상을 하며 국가간 심각한 갈등
까지 노출하는 EU. 유럽합중국을 향하는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