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으로 저만큼 희미하게 적군의 행렬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자,소년병
들은 모두 전진을 멈추고 사격자세를 취했다.

데이지로도 떨리는 손으로 야겔총의 총구에 탄환을 집어넣었다. 소년병
들이 지니고 있는 야겔총은 구식으로,총알을 총의 앞쪽 총구멍으로 집어
넣도록 되어 있었다.

탄환을 장전해서 총을 적병을 향해 겨누는 데이지로는 가슴이 걷잡을수
없이 뛰었다.

"사격 개시!"

시노다의 구령이 떨어지자,탕! 탕! 탕!.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
했다.

데이지로도 두 눈을 찔끔 감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요란한 폭발음에
깜짝 놀라듯 몸을 움츠렸다. 귀가 멍멍했다.

안개 속으로 기습을 당한 꼴이 된 관군은 당황했으나,즉시 사격 대열로
흩어져서 냅다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관군측의 총은 신형이어서 그
화력이 월등했다.

쾅! 콰쾅! 콰쾅!. 탕! 탕! 타탕!. 서로 쏘아대는 총성이 안개낀
도노구치하라의 아침을 온통 뒤흔들어댔다.

화승총보다 조금 나은 야겔총을 쏘는 소년병들은 말할수 없는 고전이었다.
몇발 쏘고나면 총신이 뜨겁게 달아올라서 그것이 식기를 기다려야 하는
그런 형편이었다. 어떤 총은 그만 총구 쪽이 삐딱하게 휘어져서 못쓰게
되기도 했다. 그 총으로 훈련을 받아보기는 했으나,실제로 사격을 하기는
처음이어서 소년병들은 형편없는 총의 성능에 그만 울상을 짓기도 했다.

게다가 다시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관군측의 총성은 빗속에서도 여전히 울려댔으나,소년병들의 총성은 갈수록
뜸해졌다. 총이 빗물에 젖으니 더욱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총을 내던지고,옆구리에 찬 대검을 뽑아들고서, "야-" "돌격이다-"
"덤벼라-" 냅다 고함을 지르며 적군을 향해 돌진해 가는 소년병들도
있었다.

데이지로의 총은 아직 작동이 되었다. 탕! 탕! 쏘아대고 있던 그는 저도
그만 총을 던져버리고,칼을 빼들고서 적군과 백병전을 하러 뛰어 나갈까
하는 충동을 느꼈다.

그런데 그때, "으악!""아윽-" 돌진해 가던 소년병 둘이가 거의 동시에
적군의 총탄에 맞아 비명과 함께 벌렁 뒤로 나가떨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