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휴스턴시의 도심에 자리잡고있는 북 파크(Book Park). 미국
전역에 체인망을 갖고있는 대형서점이다. 이 서점에서 요즘 단연 인기를
모으고있는 코너는 각종 리엔지니어링관련 신간들이 진열돼있는 "R"칸이다.

베스트대열에 올라서있는 책만도 "기업혁신"(마이클 해머저)등 수십권에
이른다. 미국기업계에 휘몰아치고있는 리엔지니어링 붐이 서점에서도 확인
되는 셈이다.

"지금은 21세기를 앞둔 시점인데도 그동안 기업들은 산업혁명이 시작됐던
19세기적 낡은 사고의 틀을 벗지 못해왔다. 리엔지니어링은 기업들이 구태
의연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21세기를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해머교수).

미국동남부일대를 영업대상으로 하고있는 전신전화업체 벨 어틀랜틱사는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쓰러져가던 "사운"을 되살린 대표적 케이스다. 이
회사는 동남부일대에서 독점해온 장거리전화서비스 공급권이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연간매출규모를 1백29억여달러(93년기준)로
까지 키웠다. 미국최대통신회사인 AT&T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액 6백62억
달러의 5분의1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벨 어틀랜틱사는 지역통신시장이 복수경쟁체제로 개편된 90년초까지만
해도 "독점기업병"에 감염된채 타성에 젖은 안일한 경영관행으로 일관해
왔다. 고객의 장거리전화선을 연결해주는데 5분이상 걸리는건 보통이었고
신규가입자들에게 전화선을 깔아주는데 1개월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들어 새로 지역통신시장에 진출한 신규업체들이 전화선을 섬유케이블로
설치하고 통화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추는등 대고객서비스에 열을 올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신규업체들의 "서비스"에 끌린 기존 벨사의 가입자들이 떨어져나가면서
파산의 위기까지 맞게되자 90년말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본격적인
리엔지니어링에 나선 것. "제로사이클타임제도"를 도입,종전 1개월씩 걸리던
전화선 설치작업을 평균 10시간으로 단축했다. 방만하게 불어나있던 조직도
대대적으로 정비,종전의 부서장제도를 폐지하고 팀별 운영체제를 구축하는등
감량경영을 폈다.

전화연결속도를 종전의 5분에서 5초이내로 단축하고 요금징수체계도
단순화 했다.

이런 대경영수술작업은 벨 어틀랜틱사를 벼랑으로부터 기사회생시켰고
최근 컴퓨터업체인 TCI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영상사업진출까지 넘볼수
있게 할 정도로 회사의 면모자체도 일신됐다. 리엔지니어링의 "위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