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다방보다 많은 것은 은행점포"라는 말이 있다. 은행점포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실제 웬만한 동네치고 은행점포가 없는곳은 드물다.
최근 소매금융이 강조되면서 "다점포추세"는 더욱 두드러지고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점포를 아무데나 내는 것은 아니다. 복덕방업자를 뺨칠 정도의
안목을 가진 전문가들이 점포개설을 지휘하고있다. 이들이 바로 점포개발
팀이다. 다음달부터 점포설치에대한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이들의 발걸음은
한층 바빠졌다.

조 영 서울신탁은행점포지원부차장. 그는 지난해 대구를 십여차례는 다녀
왔다. 출장목적은 대구성서지점개설. 대구에 성서지점을 내기로 결정한
것이 작년 8월께였다. 당시 10개인 대구시내 점포를 늘려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내부결재를 얻었다. 은행간에 점포수나 위치를 조정
하는 점포조정위원회(4월부터 폐지)로부터 조정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차장팀이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은 입지선정.

상가숫자나 유동인구 거주가구등이 검토됐다. 시내한복판이 아니면 1천
가구이상되는 주거촌이 배후에 있어야 장사가 된다는게 조차장의 경험이다.
이에 걸맞는 장소를 고르느라 10여개가 넘는 건물을 돌아봤다. 이 조건을
딱 만족시키는 건물은 없었다. 마침 목이 좋다싶으면 다른 은행점포가 주변
에 있어 "거리제한규정"에 해당됐다.

신축건물이 있었지만 완공시기도 멀었고 임대료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결국은 여러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선"이 선택됐다. 차선이라도
일단 계약까지는 절대 보완이었다. 행여 경쟁은행이 더 좋은 조건으로
건물을 가로챌지도 모른다는게 경험에서 생긴 우려였던것. 건물이 계약
되면 지점개설은 거의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내부장식에서부터 문을 열때
까지의 실무작업은 넉넉잡아 두달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개점테이프를
끊을때까지 모든 일은 조차장팀의 책임이다. 무려 6개월동안을 공들인
끝에 대구성서지점은 지난1월 문을 열었다.

설창국외환은행점포지원부차장은 전국에 가보지않은 곳이 거의 없다.
점포가 설치된 곳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벌써 여러차례 둘러봤다.
"좋은 자리가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달려가다보니 그렇게 됐단다.
설차장의 우선 답사대상은 지방점포에서 추천이 오는 곳. 아무래도 그
주변지역 사정에 밝은 점포가 추천하는곳이 괜찮은데가 많다.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추는것이 시급한 외환은행으로선 지방입지잡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괜찮은 곳이란 판단이 서면 점포정수(티오)에 관계없이 계약을
추진한다. 그러다보니 전국의 군소재지까지 두세번은 거쳤다고한다.주변
지역의 추천이 없으면 자체 판단에 의해 장소를 물색해야한다. 신도시가
들어서거나 신흥상권으로 부상하는 지역등이 그렇다. 신도시등은 다른
은행보다 먼저 자리를 잡는것이 아무래도 중요하다. 신속성과 정확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설차장은 웬만한 부동산업자를 뺨칠
정도의 안목을 가지게됐단다.

"시장이나 상권을 확보하고있을것, 대단위 주거단지가 있을것, 사람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일것, 북향을 피할것,건물안에 사무실이 50여개는
넘을것" 등이 설차장이 "교과서"라는 토를 달아 공개하는 노하우이다.
이 원칙에서 벗어나면 아무리 센 "압력"이 있어도 점포를 내지않는다고
한다.

점포개발팀. 이들은 점포신설과 이전 폐쇄및 격하등 점포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있다. 거의 모든 은행이 점포개발부나 점포지원부등 별개의 부나
실로 독립시켜놓고 점포지원을 강화하고있을 정도로 은행경영의 핵으로
떠오르고있다. 입지선정과 감독당국의 승인으로부터 개점식까지 모두 점포
개발팀의 작품이다. 점포개발팀은 대개 10여명 안팎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이 1개의 점포를 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3개월에서부터 길게는 1년이
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가장 힘을 쏟아붓는 것은 입지선정. 좋은 자리를
잡는 것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름길이다. 시간만 나면 전국을 돌아
다니는 것도 이때문이다. 중소기업은행은 아예 직원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놓고 공모를 하기도한다.

"전국을 은행점포가 덮고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은행점포는 많아졌다.
전국의 은행점포가 5천개가 넘어섰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이제 점포
만 내면 장사가 저절로 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더욱이 다음달부터는
각종 규제가 철폐된다. 점포전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름과
함께 점포개발팀의 역할도 더욱 막중하게 된 것이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