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강택민 중국국가주석간의 28일 한중정상회담은 양국관계가
이제 명실상부한 "선린 우호"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회담이
열린 인민대회당 주변의 태극기물결과 환영현수막, 그리고 단독및 확대로
나뉘어 열린 두차례 회담의 분위기가 바로 그러했다.

이번 회담의 초점은 크게 두가지로 모아졌다. 북한 핵과 양국간 경제협력의
방향및 폭이 그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들 두 현안에 대해 우리측이 얻어낸 성과는 최소한
기대수준은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지지"
입장을 끌어낼수 있었다는 점은 북한.중국간의 오랜 유대관계를 고려할때
의미있는 결과라는 평가를 내릴수 있다.

중국은 현실적으로 북한의 오랜 맹방이자 김일성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따라서 우리측은 회담에 임하기전부터 중국의 반응에
비장한 관심을 표명했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물론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 표명을 자제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를 철저히 지지하며 이것이 중국의 확고한 입장"이란 표현
을 쓴것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부정적입장을 간접 화법으로 전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게 우리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제부문에서 두나라정상은 실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협력 원칙에 합의
했다. 더구나 정상회담이 끝난후 관련장관들끼리 만나 구체적인 협력방향
까지 논의 함으로써 이번 방중이 김대통령의 세일즈외교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느낌을 갖게했다.

한중 양국의 보완적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두나라간 협력여지는 사실
무궁무진하다. 그런가운데 전자교환기 고화질TV 항공기 자동차등 일부
산업분야에서 한중양국이 협력을 강화키로 한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협력방안의 내용이 보다 구체적이고 이들산업의 중요성에 미루어 그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동차의 경우 중국은 3대3소정책을 견지, 외국기업의 완성차부문
추가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회담을 계기로 우리기업들은
부품분야에의 참여를 시발로 궁극적으로 완성차생산에 참여할수 있는 길을
튼 셈이다.

기초기술면에서 중국이 앞서있는 중형항공기생산및 기술개발에 양국이
함께 노력키로 한것도 주목된다. 아시아와 유럽등지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경우에 따라 이사업은 한중양국의 21세기 동반관계를
상징하는 핵심사업이 될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시장이나 발전소건설역시 앞으로 양국의 협력여지가 많은 대목으로
손꼽힌다. 특히 중국의 전력사정이 매우 열악함을 생각하면 이날회담에서
이들부문에 관한 언급은 적지않은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것 같다.

황해의 수질오염등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측의 적극적인 지지는 얻어
내지 못했다. 그러나 양국정부가 앞으로 이들 문제에 관한 논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은 그자체로도 주목할만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한중 두나라가 한자의 표준화에 함께 노력하기로 한것은 색다른 의미가
있다. 강택민주석은 김대통령의 이런제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해당
부서가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같은 한자문화권인 두나라의 역사적 동질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아가 두나라의 관계증진에 적지않은 보탬이 될것이라는게 우리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제분야에서의 한중관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보다 한차원 높은
단계로 진전됐다고 봐도 무방할것 같다. 핵문제에 대해 중국측이 완곡한
표현으로 핵심을 벗어난 감이 없지 않았던데 비해 경제분야에서는 전체적
으로 적극적인 화답을 해왔다.

특히 강주석은 "총체적으로 중국은 적극적인 자세다"라며 중국의 한중경협
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현했다. 어떤자리에서는 "지금 한중경제관계는 황홀
하다"는 말까지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중정상회담을 전후 북경에서 이어지고있는 우리경제인들의 활동도 눈부
시다. 한중경협 그 실질적인 도약의 전기가 지금 이곳에서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북경=김기웅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