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실에 고객전용팩시밀리를 설치해 고객의 의견을 은행장이 여과없이
듣는다면 고객만족운동을 한차원 앞달길수 있을뿐만 아니라 홍보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됨"(하늘천땅지)

"공단에 섭외를 나갈때 작업복을 입었더니 반응이 좋았음. 남자직원들에게
는 작업복을 지원해주기 바람"(별망성)

평화은행본점9층 은행장실에서 설치된 팩시밀리 222-2275번에는 이런 내용
의 팩시가 수시로 날아온다. 수신인은 물론 박종대은행장. 발신인은 하늘천
땅지 별망성 핵탄두 충무공등 2백개의 이상한 이름들. 내용은 업무개선에서
부터 신상품아이디어 인사관련 복지문제등 다양하다.

이 팩시밀리는 바로 평화은행 특유의 소그룹과 은행장을 직접 연결하고
있는 핫라인이다. 하늘천땅지 별망성등은 소그룹 이름이다. 소그룹은 부나
지점등의 공식조직과는 다른 평화은행만이 운영하고 있는 조직체이다.

지난25일 서울세종로 현대빌딩뒤편의 노래방. 세평남짓한 공간에서 한 떼의
손님이 앉아 있다. 이들은 평화은행광화문지점의 나종주대리를 비롯 양영철
한훈희 한명구 이경철 심현주씨등 6명. 바로 광화문지점의 3개 소그룹중
하나인 "충무공"이란 소그룹의 "회의"자리였다. 소그룹 충무공이 탄생한 것
은 지난해 6월12일. 지점 바로 앞에 충무공이순신장군의 동상이 있어 이렇게
명명키로 했다. 충무공의 회의는 장소도 형식도 없다. 일주일에 한번은
저녁도 먹고 회원집에 놀러도 간다. 토요일 오전에는 은행에서 회의다운
회의도 한다. 그래서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 은행장에게 건의한다.

평화은행에는 이런 소그룹이 2백개나 있다.

인원은 그룹당 4~5명으로 모두 8백90명이 소그룹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소그룹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나라 특유의 인간적 유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목표가 친목도모인만큼 구성이나 운영등 모든 것이
소그룹자율로 정해진다. 소그룹이름에서부터 회원들의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지점이 위치한 지역의 명칭을 딴 "윤중로" "빛고을" "오륙도"등이 있는가
하면 "외인구단" "아라비안나이트" "헤라크레스"등 동화나 만화에서 따온
이름도 있다.

평화은행이 공식조직외에 굳이 소그룹을 조직운영의 기본 틀로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신설은행의 성격상 이전직장이 각각 다를수밖에 없고 끼리끼리
모이게 되면 조직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될수밖에 없기 때문"(박태규전무)
이다. 따라서 직원의 창의력을 최대한 살려 업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그룹에 힘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하의상달통로를 최대한 보장하고
직원들의 잠재에너지를 발휘케하는 가장 한국적인 조직이 소그룹"이라는게
최동운종합기획부장의 설명이다.

취지가 이런 만큼 소그룹에 특별한 과제가 주어지지 않는다. 당장은
소그룹회원끼리 친목을 도모하면 그만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모이다보면 생산적인 건의도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건의나 제안사항
은 은행장에게 여과없이 직접 전달된다. 지난달까지 소그룹이 은행장에게
직접 보고한 사항은 모두 7백93건.

이중 71%인 5백63건이 은행업무로 채택됐다. 지난해 히트를 친 "평화1백일
대출"등도 모두 소그룹에서 건의한 것들이다.

그렇다고 은행이 아무런 계획없이 소그룹운영에 매년 4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것은 아니다. 3단계의 계획아래 은행의 자발적인 근간
조직으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있다. 제1단계가 감성적 접근단계. 운동이나
등산등을 통해 회원들간에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도록 한다는게 1단계의 목표
이다. 2단계인 이성적접근단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목표라는게 설정된다.
회원간의 돈독한 친목을 바탕으로 주변업무등에 대해 토의한다. 마지막단계
는 한가족신바람단계. 가족의식을 가진 회원들이 직장생활에 빠져들면서
공동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달성하는 단계이다. 소그룹이 바로
섭외반이 되고 상품개발팀이 된다는 것이다.

평화은행은 분명 일류라는 수식어가 아직 어울리지는 않는다. 이제 총수신
1조원을 갓 넘었을만큼 걸음마를 배우고있는 단계일 뿐이다. 하지만 평화
은행의 걸음마는 빨리 끝날것 같다. 조직이 살아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평화은행에 "일류"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