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그리고 도시"는 로버트 드니로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검은영화(필름
느와르)다.

해리 파비안(로버트 드니로)은 계산이 빠르지만 돈과는 거리가 먼 삼류
변호사. 어느날 신문기사에서 산체스라는 권투선수가 디스코장에서 행패를
부렸다는 기사를 보고 피해자를 부추겨 고소케한다.

해리의 목적은 산체스의 프로모터로부터 고소취하조건으로 몇천달러 건네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체스의 프로모터 붐붐은 거물갱. 오히려 해리는
위협만 받는다.

산체스를 만나러 체육관에 들른 해리는 스타를 꿈꾸는 권투선수들에게서
열정을 발견한다. 그는 디스코장에서 권투시합을 열어 돈을 벌어보겠다고
생각한다. 친구 필의 부인이자 자신의 애인인 헬렌(제시카 랭)에게 돈을
빌리고 왕년의 챔피언 알을 데리고와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붐붐의 친형인
알이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해리와 헬렌은 캘리포니아로 도망가기로한다.
그러나 이들앞에는 붐붐일당의 총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영화는 50년대 줄스 다슨이 영국런던을 무대로 허황된 꿈을 좇는
젊은이들을 그렸던 동명 필름느와르의 고전을 현재상황 중심으로 다시 만든
작품이다.

두차례 세계대전 이후 자존심을 상실한 50년대 영국과 세계최강국의
자존심을 하나씩 잃어가고 있는 90년대 미국의 상황이 너무나 유사하다.
꿈이 깨진 자들만이 남아있는 어두운 거리들. 그 뉴욕의 뒷골목을 어윈
윙클러감독은 암갈색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삼뒷골목 인간들의 헛된 욕망에 대한 냉소가 가득하지만 로버트 드니로의
낙천적 미소가 휴머니즘의 가는 끈을 끊지 않고 있다.

<권녕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