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일 재무부가 증권거래법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함에따라 오는 4월1일
부터 상장기업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총발행 주식수의 5%한도내에서 매입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이 주가를 직접관리할수 있는 합법적인 길이 생김으로써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히 클것으로 예상된다.

간접투자수단인 자사주펀드와는 달리 기업들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점에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직접적인 형태를 띠고 나타날 전망이다.

본래 자사주취득은 출자금을 반환하는 결과를 초래,그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고 주식소각 합병 영업양수도등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됐었다. 또한 주주평등의 원칙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불공정한 회사
지배와 주가왜곡등의 위험성등도 고려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량주식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200조가 오는 97년 1월
1일부터 폐지돼 적대적인 기업매수합병(M&A)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에대한
대응책으로 상장기업의 자사주취득이 허용되게 되었다.

그동안 증권거래법 200조는 경영권의 안정을 보장해주기도 했지만 대주주
등이 차명계좌를 통해 마음놓고 내부자거래를 할수 있는 부작용도 있었다.

선진국중에서는 미국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자사주취득을 규모에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으나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종업원에 제공하거나 감자
법원결정 등 일정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 범위에서 허용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자사주매입은 주가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 주가의 대폭락이 있었던 지난 87년10월의 블랙먼데이 당시 2주
간에 걸쳐 6백50여기업이 자사주매입계획을 발표,주가회복에 기여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때 S&P500지수산정에 편입된 5백개
회사중 자사주를 취득한 1백29개사의 주가는 매수계획발표 2시간후 주가가
3.84% 상승했으나 S&P 5백지수는 1.92% 반등하는데 그쳤다.

특히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처분할때 사전에 공시토록 재무부안에 규정돼
있어 이사실이 주가의 바로미터나 기준점으로 작용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자사주 취득은 해당기업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적정 주가에 대한
표현으로 투자자들에게 비춰질 것이다. 자사주취득이 유동주식수를 흡수,
공급물량을 감소시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전환사채 주식인수권부사채등 다양한 주식연계상품의 발전에도 자사주
취득이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환사채권자의 주식전환청구시 신주
발행대신 자사주를 교부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증자로 자본이 희석되는
것을 막을수 있다.

기업이 자기기업에 대해 완전하게 갖고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거래하는
일종의 내부자 거래등 부작용이 수반될 가능성도 크다. 물론 증권관리
위원회에서 이에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겠지만 완벽한 방어장치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 어떤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일 것인가.

자사주매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회사는 적대적인 M&A의 표적이 되는
회사들이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 등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늘려 현
경영진이 경영권에 위협을 느껴야했던 기아자동차 같은 회사들이다.

M&A대상이 되는 기업은 이처럼 대주주등이 경영권유지에 불안할 정도로
지분이 적은 기업이다. 이와함께 자산가치등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기업들이 M&A대상이 된다. 주가가 급등한 성창기업 만호제강등의
자산주가 이런 부류다.

가치에비해 주가가 낮고 대주주 지분이 적을수록 M&A의 목표물이 되기가
더욱 쉽고 대주주는 방어를 위해 주식을 사들일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물론 증권거래법 2백조가 철폐되려면 2년9개월정도가 남았지만 경영권
방어욕구가 남다른 기업을 창업한 대주주들은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주가를 관리할 목적이 있는 기업들도 자사주매수에 나설 것이다.
유상증자시 발행가를 높여 자금조달규모를 늘리거나 주가를 올려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기업들이 주식을 사들일 것이다. 국내와 해외에서
전환사채등을 발행하려는 기업들도 마찬가지 경우다.

럭키금성 한화등의 그룹처럼 주가가 낮아 그룹이미지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기업들도 주가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럭키금성그룹이
럭키증권을 통해 계열사인 금성사등의 주가를 띄울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알려진 사실이다.

재무구조개선을 위해서 쉽게 말하면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 자사주를 샀다
팔았다 하면서 시세차익을 얻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수 있다. 자사주는
전문경영인이나 종업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을 주는 공로주로도
이용될수 있다.

그러나 자사주를 살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재무부가 마련한 증권거래법 시행령에는 이익배당한도에서 당해연도 배당분
과 증관위가 정하는 준비금(기업합리화적립금 재무구조개선적립금등)을
제외한 부분을 재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할수 있게 돼있다.

아직 재원에서 제외되는 준비금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증권감독원측은
현실적인 범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부실기업도 참여할수 있는 자사주펀드와는 달리 기업내용이 양호한
기업들이 자사주를 살수 있다.

그러나 자사주펀드에 가입한 기업들이 주가관리와 경영권안정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때 이들기업중에서 우량한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성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