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건설업체인 한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5개리스사중 17개사
가 많게는 몇백억원 적게는 몇억원씩 물렸다. 은행 투자금융등도 물리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리스의 심사기능은 평소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리스회사가 심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어요. 과당경쟁덕인지
리스오퍼를 내면 여기저기서 좋은 조건으로 나섭니다. 까다롭게 굴면 입찰
에서 빼버리면 그만이고요" 기업체 자금담당자들의 얘기다. 사실 25개
리스사중 심사부조직을 독립적으로 갖고 있는 회사는 제일씨티리스 한곳뿐
이다. 서울소재 선발사들은 그런대로 심사기능을 갖추고있지만 신설 리스사
들에게 심사는 배부른 소리다. 대부분의 지방리스사들은 영업부에서 심사
기능을 함께 맡는다.

그러나 실적이 급한 영업맨들에게 심사는 뒷전일수밖에 없다. 물론 그래도
당장은 큰 문제가 않된다. 리스산업의 독특한 구조탓이다. 리스는 외형과
이익을 동시에 분석할수 없다는 특징이있다. 리스기간이 5년이면 초기엔
적자가 불가피하고 뒤로 갈수록 흑자가 난다. 현재의 영업결과는 3-4년후
에나 손익으로 잡힌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아무리 잘해도 초창기에는 적자가
나는게 뻔하기 때문에 이익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장사가 잘될때는
더욱 그랬다. 뒷일은 다음 사람이 와서 생각할 일인 것이다.

리스계약과 실행규모의 차이도 이런 이유때문이란 분석이다. 25개전업사들
의 92년 리스실행규모는 5조5천억원이었다. 계약고 7조4천억원의 75%선이다.
93년엔 계약액 9조5천억원의 64%인 6조6백억원만 실행에 옮겼다. 계약했던
기업의 사정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도 많지만 그보다는 "계약을 위한
계약"이 훨씬 많이 늘었다는게 업계의 얘기다. 리스는 계약을 파기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점도 이를 가능케 해준다.

리스회사는 외화자금을 포함한 대규모 자금을 장기로 조달 운용한다.
때문에 "심사"기능은 물론 이자율과 환리스크(위험)관리가 무엇보다 중요
하다. "지금까지는 본연의 업무인 리스부문이 그런대로 이익을 내줬어요.
그러나 수익률이 이처럼 떨어진 상태에선 위험관리를 제대로 못할 경우
그대로 역마진이지요"(신한리스 양병수차장) 그러나 심사기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리스사들이 이자율.환리스크관리기능을 갖추고 있을리 만무다.
그러다보니 비정상적인 영업이 문제되곤 한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세일 앤드 리스백". 기업체 소유물건을 리스회사에
되팔아 다시 리스를 받는 형식으로 사실상 현금대출성격을 띤다. 물론
현행법규에선 금지돼 있다. "리스백은 일면 타당성이 있어요. 정책당국에서
도 현실화를 검토하고있고요. 문제는 일부기업들이 한 물건을 여러 리스사
에 리스백을 하고 리스회사들이 모르는체 하면서 여기에 넘어가는 거지요"
(A리스 영업부장) 리스물건은 리스회사소유이므로 리스사 이름표를 항상
달아 놓아야 한다. 그러나 "돈이 급한" 기업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실적이
급한" 리스회사도 이를 확인않는다. 이러니 부도가 나면 한꺼번에 10여개
회사가 동시에 물린다.

영업환경악화로 "위험"이 많아지면서 사실상 리스업을 포기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달자금으로 콜시장이나 고금리금융상품을 운용, 겨우
연명해 나간다는 얘기다. 리스업무라해야 큰회사들이 동일인한도에 묶일
경우 나머지 부분만큼 참여하는게 고작이다. 본업보다는 재테크에 열중
하는 셈이고 이런 회사가 상당수일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리나라 금융풍토에서 금융기관이 도산한다는 것은 아직 무리일지 모른다.
재무부의 호송선단논리가 있는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만약 도산이 현실화
된다면 제대로된 금융기관중 제1호는 리스회사일것"이란게 요즘 리스업계
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수있는 푸념이다. 물론 이런 결과는 리스회사를 과잉
양산해 놓은채 "규제의 틀" 속에서만 방치해온 재무부와 고수익이란 "현실의
틀속"에 안주해온 업계의 공동책임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