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0여 개 회사가 나눠 갖던 글로벌 D램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 체제로 전환된 건 10여 년 전부터였다. ‘치킨 게임’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은 시장 주도권을 놓고 싸우면서도 기술에 대해선 ‘크로스 라이선싱’을 통해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는 등 대체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 얽히고설킨 기술이 많은 반도체산업 특성상 한번 소송전이 시작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암묵적 룰을 깨뜨린 건 그사이 등장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특허관리전문기업(NPE)이다. 범용 D램 제품을 생산해 어디에나 팔던 시대가 지나고, 엔비디아 등 특정 ‘큰손’에 자사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달라고 구애하는 쪽으로 반도체 패러다임이 바뀌어서다. 큰손의 낙점을 받으려면 내가 잘하는 것만큼이나 적이 헤매는 게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NPE가 활동 무대를 넓히면서 직접 등판해야 하는 부담 없이 ‘대리 소송’을 할 수 있게 된 점도 한몫했다.산업계는 AI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기업 간 특허 소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허 소송으로 HBM 경쟁사 압박업계에선 미미르IP가 SK하이닉스로부터 특허를 건네받자마자 마이크론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SK하이닉스가 NPE를 통해 대리 소송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HBM이 있다.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69억달러(약 23조원)로 지난해(43억달러)보다 4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50조~100조원 시장이 된다.마이크론은 HBM
SK하이닉스로부터 1500여 개 반도체 관련 특허를 넘겨받은 한국계 특허관리기업(NPE) 미미르IP가 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특허를 사들인 NPE가 미국 반도체 기업을 제소한 첫 사례다. 마이크론도 지난해 자사 반도체 특허를 NPE에 넘긴 만큼 조만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제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기업 간 기술 전쟁이 NPE를 지렛대 삼아 ‘특허 대리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미르IP는 지난 3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마이크론과 마이크론 제품을 사용한 테슬라, 델, HP, 레노버 등을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특허 사냥꾼’으로 불리는 NPE는 기업으로부터 특허를 사들인 뒤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금과 합의금 등을 받아내는 게 수익 모델이다.미미르IP는 지난달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특허 1500여 개를 넘겨받자마자 회로, 전압측정 장치, 비휘발성 메모리 장치 등 6개를 골라내 소송을 걸었다. 승소한다면 손해배상금이 최대 4억8000만달러(약 6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관행대로 손해배상금을 SK하이닉스와 미미르IP가 나눠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메모리 시장을 놓고 싸우는 라이벌”이라며 “반도체 패권전쟁이 기술 경쟁을 넘어 특허 전쟁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AI 반도체가 깨뜨린 '특허공유 불문율'…대리 소송전 확산SK하이닉스, 마이크론 위협에…"HBM 물러설 수 없다" 우회 공격한때 10
현대자동차가 인도를 한국에 이은 제2의 생산·판매거점으로 꼽은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14억명이 거주하는 인구 대국이란 점, 주요국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점,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정치적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다. 하나 더 있다. 현대차가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현지 판매 2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현대차가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현지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키로 한 배경이다. 현대차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인도사람들을 주주로 둔 ‘인도 국민차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대신 인도로16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와 투자은행(IB)들은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최대 300억달러(41조6700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현대차의 시가총액(56조1235억원)의 73%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차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421만7000대)중 인도 비중이 14.3%( 60만5000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현대차는 지난해 여름부터 인도 시장에서 상장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인도 경제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2%로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인도 경제 규모는 지난 2022년 영국을 추월하며 세계 5위로 올라섰다. 내년엔 일본을 4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건 중국 영향도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중국 시장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중국에서 179만대를 판매했던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