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42) 총회꾼..각본따라 주총 진행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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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게 은행주총이다. 은행주주총회장엔 *
* 사람이 넘치지만 정작 주총 장소에가서 은행경영상태를 알아보는 사람은*
* 드물다. *
* "선물"과 주주의 권환을 바꿔치기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선물에는 *
* 눈길도 두지않고 일찌감치 주총장에가서 자리잡는 사람들도있다. *
* 이들이 바로 목소리나 박수소리를 가장 크게 내며 회의를 주도하는 *
* "총회꾼"이다. *
이들중엔 전문 총회꾼도 있지만 우리사주를 갖고 분위기를 유도하는
은행원들도 많다.
"그러면 안건심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심의할 안건은 대차대조표 및 손익
계산서 승인, 이익잉여금 처분서 승인, 임원 선임등 3가지입니다"(의장)
"먼저 주주로서 배당을 받지못한데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결산서를 보니까요. 업무이익을 2천7백24억원이나 냈어요. 이는 92년보다
12.1%나 증가한 것이죠. (중략) 그런데도 왜 배당을 못하는가 봤더니 퇴직
급여 충당금과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더군요. 이같이 충담금을 많이
쌓았다는 것은 앞으로는 좋아진다는걸 뜻합니다. 따라서 내년에 더 좋은
배당을 기대하고 집행부의 원안대로 통과시킬것을 동의합니다"(모주주)
지난달 22일 오후2시에 열린 서울신탁은행 주주총회의 모습이다. 자료를
보지도않고 숫자를 1원단위까지 들먹이는 모습이나 무배당 부실채권등
은행의 아픈 데를 건드리는 모습이 제법 그럴듯하다.
적당히 발언권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주총답다. 그러나 이들
발언을 찬찬히 뜯어보면 결론은 한결같다. 원안대로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주총의 하일라이트인 임원선임에서도 마찬가지.
먼저 10여명이 발언권을 신청한다. 그중 1명이 집행부에 맡기자는 안을
낸다. 그러면 목소리 큰 주주들이 "옳소" "제청이요"등을 연발,박수로
호응한다.
이런 모습은 비단 신탁은행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동화은행을 제외하곤 다른 시중은행도 한결같았다.
발언한 주주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내용도 그렇고 "시나리오"도
엇비슷했다. 총회꾼.
바로 주총에서 의장을 코너로 몰기도하고 은행과의 "각본"에따라 원만한
의사진행을 도와주기도하는 사람들이다.
행여 "멤버"가 아닌 주주가 끼어들 기미가 보일라치면 큰 목소리를 내세워
제지하는것도 이들의 몫이다.
총회꾼으로 잘 알려진 사람은 10여명정도. "조연"까지 합한다면 30-40명에
이른다는 것이 은행사람들의 추산이다. 총회꾼의 "원로"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은 고계명씨.
70살이 넘은 고씨는 금융계에선 "세트맨"으로 잘 알려져있다. 양복과 양말
구두 넥타이 손수건은 물론 라이터와 안경까지 같은 색깔로 하고 다니는
"멋쟁이"여서이다. 은행원들이 기억하는 고씨의 총회꾼경력은 30년남짓.
현재 은행임원들이 신입사원때부터 활동했으니 원로라는 칭호가 어울릴
만도하다.
고씨외에 한석관씨, 현부성씨, 황인섭씨등이 총회꾼으로 잔뼈가 굵은
원로급이다.
이밖에 김형초씨 이순규씨 이은천씨등도 내로라하는 총회꾼들이다. 이중
한석관씨는 개인 연구소를 갖고있는 어엿한 경제학박사로 알려져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총회꾼은 "황주주"로 더 잘 알려진 황인섭씨.
황씨는 상업은행의 1만7천9백8주를 비롯 5대은행 주식만 4만3천7백56를
가지고있는 어였한 주주이다.
황씨의 발언은 담당은행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총회꾼들이
이렇게 활동해준 대가로 받는 보수는 약50만원안팎.
원로급은 1백만원대에 달하며 뒤가 캥기는 은행들일수록 보수는 더
올라간다고한다.
이들은 평상시에도 은행의 "특별관리"대상이다. 연초에는 모든 은행을
순회,미리 거마비를 얻어간다. 그렇다고 거마비만을 보고 총회꾼을 자청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의 안면과 "영향력"을 이용,각종 청탁을 맡기도한다. 대출이라든가
광고수주등이 그것이다. 흔히들 은행과 총회꾼은 "악어와 악어새"관계라고
한다.
은행으로선 싫지만 잘 받들어 모실 수 밖에 없는 필요악적 존재라는 뜻
에서다. 그러나 정작 담당직원들의 얘기는 다르다. 이들이 협조가 필요해서
라기보다는 방해하는 것이 두려워 "예우"를 해준다는것이다.
자율인사의 정착이라는 점에서 올 주총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발언권을 신청해도 무시당하기만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정에서
아직은 주총이 경영진과 총회꾼의 놀음이라는걸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렇게보면 총회꾼도 은행원아닌 은행원인 셈이다.
* 사람이 넘치지만 정작 주총 장소에가서 은행경영상태를 알아보는 사람은*
* 드물다. *
* "선물"과 주주의 권환을 바꿔치기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선물에는 *
* 눈길도 두지않고 일찌감치 주총장에가서 자리잡는 사람들도있다. *
* 이들이 바로 목소리나 박수소리를 가장 크게 내며 회의를 주도하는 *
* "총회꾼"이다. *
이들중엔 전문 총회꾼도 있지만 우리사주를 갖고 분위기를 유도하는
은행원들도 많다.
"그러면 안건심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심의할 안건은 대차대조표 및 손익
계산서 승인, 이익잉여금 처분서 승인, 임원 선임등 3가지입니다"(의장)
"먼저 주주로서 배당을 받지못한데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결산서를 보니까요. 업무이익을 2천7백24억원이나 냈어요. 이는 92년보다
12.1%나 증가한 것이죠. (중략) 그런데도 왜 배당을 못하는가 봤더니 퇴직
급여 충당금과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더군요. 이같이 충담금을 많이
쌓았다는 것은 앞으로는 좋아진다는걸 뜻합니다. 따라서 내년에 더 좋은
배당을 기대하고 집행부의 원안대로 통과시킬것을 동의합니다"(모주주)
지난달 22일 오후2시에 열린 서울신탁은행 주주총회의 모습이다. 자료를
보지도않고 숫자를 1원단위까지 들먹이는 모습이나 무배당 부실채권등
은행의 아픈 데를 건드리는 모습이 제법 그럴듯하다.
적당히 발언권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도 주총답다. 그러나 이들
발언을 찬찬히 뜯어보면 결론은 한결같다. 원안대로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주총의 하일라이트인 임원선임에서도 마찬가지.
먼저 10여명이 발언권을 신청한다. 그중 1명이 집행부에 맡기자는 안을
낸다. 그러면 목소리 큰 주주들이 "옳소" "제청이요"등을 연발,박수로
호응한다.
이런 모습은 비단 신탁은행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동화은행을 제외하곤 다른 시중은행도 한결같았다.
발언한 주주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내용도 그렇고 "시나리오"도
엇비슷했다. 총회꾼.
바로 주총에서 의장을 코너로 몰기도하고 은행과의 "각본"에따라 원만한
의사진행을 도와주기도하는 사람들이다.
행여 "멤버"가 아닌 주주가 끼어들 기미가 보일라치면 큰 목소리를 내세워
제지하는것도 이들의 몫이다.
총회꾼으로 잘 알려진 사람은 10여명정도. "조연"까지 합한다면 30-40명에
이른다는 것이 은행사람들의 추산이다. 총회꾼의 "원로"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은 고계명씨.
70살이 넘은 고씨는 금융계에선 "세트맨"으로 잘 알려져있다. 양복과 양말
구두 넥타이 손수건은 물론 라이터와 안경까지 같은 색깔로 하고 다니는
"멋쟁이"여서이다. 은행원들이 기억하는 고씨의 총회꾼경력은 30년남짓.
현재 은행임원들이 신입사원때부터 활동했으니 원로라는 칭호가 어울릴
만도하다.
고씨외에 한석관씨, 현부성씨, 황인섭씨등이 총회꾼으로 잔뼈가 굵은
원로급이다.
이밖에 김형초씨 이순규씨 이은천씨등도 내로라하는 총회꾼들이다. 이중
한석관씨는 개인 연구소를 갖고있는 어엿한 경제학박사로 알려져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총회꾼은 "황주주"로 더 잘 알려진 황인섭씨.
황씨는 상업은행의 1만7천9백8주를 비롯 5대은행 주식만 4만3천7백56를
가지고있는 어였한 주주이다.
황씨의 발언은 담당은행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총회꾼들이
이렇게 활동해준 대가로 받는 보수는 약50만원안팎.
원로급은 1백만원대에 달하며 뒤가 캥기는 은행들일수록 보수는 더
올라간다고한다.
이들은 평상시에도 은행의 "특별관리"대상이다. 연초에는 모든 은행을
순회,미리 거마비를 얻어간다. 그렇다고 거마비만을 보고 총회꾼을 자청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의 안면과 "영향력"을 이용,각종 청탁을 맡기도한다. 대출이라든가
광고수주등이 그것이다. 흔히들 은행과 총회꾼은 "악어와 악어새"관계라고
한다.
은행으로선 싫지만 잘 받들어 모실 수 밖에 없는 필요악적 존재라는 뜻
에서다. 그러나 정작 담당직원들의 얘기는 다르다. 이들이 협조가 필요해서
라기보다는 방해하는 것이 두려워 "예우"를 해준다는것이다.
자율인사의 정착이라는 점에서 올 주총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발언권을 신청해도 무시당하기만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정에서
아직은 주총이 경영진과 총회꾼의 놀음이라는걸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렇게보면 총회꾼도 은행원아닌 은행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