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팀워크가 9년여동안 지속해
이뤄낸 결과입니다"

전량수입에 의존하던 폴리부텐 제조기술을 개발,대림산업과 함께 최근
전남 여천에 연산 1만2천톤의 생산공장까지 세운 백행남 폴리부텐개발팀장
(한국화학연구소 촉매개발연구부.53)은 이 성과를 화학물질제조,공정개발,
공장운전,공장설계등 4개분야 전문가들의 유기적인 협력연구체제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백박사가 심규선연구원등 3명의 연구원과 함께 폴리부텐 기술개발에
들어간때가 지난 84년. 연구에 돌입한지 1년여만에 실험실내에서
폴리부텐을 제조할 수있는 반응조건을 찾아냈다.

"폴리부텐을 만들어낼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백박사팀은 이의 양산을 위한 협력업체를 찾아나서 결국 대림산업과 손잡게
된다.

이때 화학연구소의 공정개발전문가인 이철호 책임연구원(화공연구부)이
화공을전공한 2명의 연구원을 데리고 개발팀에 합류했다. 또 대림산업과
대림엔지니어링에서도 각각 화학공장을 돌려본 운전경험자와 화학공장
설계전문가들이 파견됐다. 폴리부텐 양산기술 확보를 위한 새진용이
갖춰진 것이다.

새개발팀은 전남 여천에서 숙식을 하며 연산 25톤규모의 벤치플랜트와
연산 1천5백톤규모의 파일럿플랜트를 잇달아 세워 생산현장에 적용할수있는
화학반응조건을 찾아나선다.

이책임연구원은 "실험실 결과를 처음으로 현장에 적용해야했던 벤치플랜트
가동단계가 가장 힘든 때였다"며 연구원끼리의 단합을 통해 이겨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데서 모인 연구원들로 이뤄진 개발팀이지만 같은 유니폼을 입고
밤을 함께 새우면서,또는바다낚시를 하거나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다져진
단결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파일럿플랜트를 건설한뒤 이를 돌렸을때 나온 폴리부텐의 색이 무색이어야
하는데 노란색을 띠어 개발팀을 당혹케 했을 때도 전연구원이 자발적으로
자기가 맡은 분야를 처음부터 재점검,결국 폴리부텐의 원료인 C4잔사유
자체에 불순물이 많이 있었다는 문제점을 찾아냈던 것이다.

폴리부텐은 접착제 윤활유첨가제등 여러 정밀화학제품을 만들때 쓰는
원료. 선진업체가 기술이전을 꺼려 국내에서 생산할수있는 길이 막혀 연간
60억원어치가 전량 수입되고있다.

때문에 이번의 연산 1만2천톤규모의 양산공장 가동은 원료의 수급이
원활치 못해 경쟁력제고에 한계가있던 국내 정밀화학업계에 큰 도움을 줄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폴리부텐을 생산중인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등 6개국이지만 자체적으로
제조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미국뿐이다. 다른 5개국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생산하고 있다.

"연속공정기술 확보로 석유화학산업의 얼굴이라 할 수있는 나프타분해
공장을 자체기술로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백박사는 지금까지 기술도입을 통해 세워진 나프타분해공장을 우리 스스로
건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것도 폴리부텐 제조기술개발이 갖는 의미
라고 말했다.

나프타분해공장의 경우 한쪽에서 원료를 계속 넣으면서 동시에 다른쪽에서
제품을 뽑아내는 연속공정이 요구되는데 이번에 개발된 폴리부텐 제조기술
또한 연속공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박사는 이처럼 산업및 기술에 미치는 효과와 함께 "유기적인산학협동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큰성과라고 말했다.

<오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