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25억1천2백만달러,매출순위 세계 1위" 국제적 공인을 받고 있는
반도체전문조사기관인 미국 데이터퀘스트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매출기록을 세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발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의 메모리반도체업체로 이미 뿌리내렸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반도체산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한지 11년만에 D램분야에서 2년 연속 세계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석권한 이회사의 성공
비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세계 톱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과감한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전문경영진 체제의 일본 반도체업들이 투자에 머뭇거리고 있을때 오너
경영체제의 삼성그룹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 오늘날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지난 83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이 "반도체신규투자"에 대한 결심을
굳히고 이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주위의 반응은 냉담했다. 엄청난 자금
투자와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하는 이분야에 국내기업이 뛰어든다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시장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최악의 경우 삼성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측에서도 재고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하이테크로 변화해가는 전자산업에서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판단아래 과감한 투자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를 본 해외기업들은 삼성이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고
조소하기까지 했다.

삼성전자는 주위의 우려속에 반도체제조공장건설과 기술개발에 나섰다.
미국에 반도체제조기술개발을 위한 현지법인도 세웠다.

세계에서 3번째로 64KD램을 양산,미국에 수출하게된 것이 84년 10월로
삼성이 반도체에 본격 진출한지 1년여만의 일이다.

삼성전자의 투자는 80년대 중반 세계반도체에 불황이 몰아칠때 더욱
과감히 진행됐다.

일본및 미국업체들의 설비증설경쟁,주요 수요산업인 컴퓨터산업의 불황이
겹쳐 80년대 중반이후 공급과잉이 확대됐다. 이때문에 인텔등 미국업체중
상당수가 D램분야를 포기해야했고 일본 기업들은 메가D램 개발과 양산을
위한 신규투자를 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상황에 몰렸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열악한 환경속에서 연간 3천억원의 투자를 계속했다.
메가D램급 반도체개발에도 착수,86년 11월에 1메가D램을 개발했다.
삼성의이같은 과감한 투자는 87년말 이건희회장취임이후에도 지속됐다.
삼성반도체와삼성전자를 통합,반도체를 삼성그룹의 주력산업으로 선정해
집중지원했다.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는 컴퓨터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고 전자기기가
첨단화되면서 반도체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80년대 후반부터 효과를
발휘,매출액을 86년 1천8백억원에서 89년 9천억원으로 신장시키는 힘이
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또다른 요인은 기술에 대한
집착이다. 매출액의 15%를 매년 연구개발비에 투자,외국기업과의 기술적
격차를 해마다 좁혀나갔다.

83년 64KD램을 개발한뒤 84년 256KD램,86년 1메가D램,88년 4메가D램,90년
16메가D램,92년 64메가D램을 개발했다.

이때마다 선진기업들과의 기술격차가 6년,3년,1년으로 줄어들었으며
이제는 10개의 세계적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만한 기술력을 갖췄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분야 세계시장석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92년 D램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했던 도시바와
매출액차이가 6%였으나 작년엔 2위인 히타치와 매출액 차이가 30%로
벌어지는등 세계 1위업체로 뿌리를 내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6메가D램을 올해부터 양산하는등 선진업체들을 리드하는 위치에
올라서 메모리분야의 세계시장은 당분간 삼성전자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조2천억원을 반도체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중
40%가량을 비메모리분야 기술개발에 투입할 방침이다. 동남아 중국등
후발국가들이최근 메모리분야의 반도체생산을 개시하는등 메모리분야의
투자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여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비메모리쪽에서
메모리에 이은 제2의 반도체역사를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조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