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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대보름 세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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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가에선 이 달에 가을 추수를 빌고/마을 신사에서는 둥둥 북을 울리네/
    즐거운 밤 성남의 밝은 달 아래/집집마다 소년들 다리 밟으러 가네"

    조선조 정조때의 여류시인으로 전북 남원 태생인 삼의당김씨가 지은
    "열두달의 노래"가운데 정월대보름을 읊은 대목이다. 나이가 지긋이 든
    사람들에겐 어린 시절의 대보름달 정경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리게 하는
    싯귀다.

    내일은 대보름날. 크리스머스 신정 구정등으로 연말 연시를 부산히 보내다
    보니 어느덧 대보름이 닥아왔다. 대보름날 전후의 세시풍속은 어느 명절
    보다도 풍성하고 다채로왔다.

    이른 아침에는 한해동안 몸에 부스럼이 나지않고 이가 단단해 지길 기원
    하면서 밤 호두 잣 은행등 부럼을 깨물었는가 하면 귀가 밝아지고 귀에
    좋은 소식만 들려 오길 빌면서 귀밝이술을 마셨으며 여름에 더위를 먹는
    것을 예방하려는 마음에서 남에게 더위를 팔았다.

    또 이날에는 찹쌀 대추 밤 꿀 잣등을 섞어 찐 약밥과 쌀 보리 콩 팥조등
    잡곡을 섞어 오곡밥을 먹었다. 그래야만 그해에 액운을 피하고 행운이 찾아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습속물은 아직도 우리의 생활속에 담아 대보름날의 명맥을 그런대로
    이어주는 구실을 하고있다.

    그런데 그밖의 세시풍속들은 권외로 밀려난지 오래되었다. 산신제와
    동신제, 줄다리기, 답교놀이, 사자놀이, 편싸움, 횃불싸움, 지신밟기,
    논다리밟기등은 특정지역의 행사나 무형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그 맥이
    이어지고 있을뿐이다.

    거기에 흔적마져 찾아볼수 없게된 것들도 있다. 대보름 하루 전날에
    행해지던 세시풍속들이다. 날가리대 만들기, 복토훔치기, 나무조롱 만들기
    등이다.

    날가리내는 농가에서 풍년을 빌기위해 만들었던 것이다. 마당 한복판에
    소나무를 세우고 그주변에 짚을 쌓아 묶은뒤 벼 조 피 기상등의 이삭을
    꽂고 목화를 늘어놓은 것이다. 보름훔치기는 가난한 사람이 부잣집 딸의
    흙을 파다가 자기에 부뚜막에 바르면 잘 살게된다는 것이고 나무초롱만들기
    는 나무나 박으로 청.홍.황색을 칠한 조롱 세개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차고
    다니면 재해와 질병을 물리칠수 있다는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퇴색해 가는 우리의 세시풍속들을 되돌아 보면서 그것들에
    향수와 그리움이 이는 것은 어인 일일까, 비과학적인 습속인데도 인간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것을 어쩔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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