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와의 대화. 횟감으로 각광받고있는 광어(학명 넙치)를 양식할때 먹이
수온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뿐아니라 자식과 대화를 속삭이듯 애정어린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제주의 표선 해안에 위치한 동원산업제주양식장의 양식동 입구에는 "연숙의
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이 사업장의 양식반장인 금훈길씨(40)가 제주표선국민학교 3학년인 딸
연숙양(11)의 이름을 광어양식동 명칭으로 사용, 수온를 챙겨주고 일출과
일몰시간에 맞춰 어김없이 싱싱한 고등어가루를 던져주고 있다.

이 양식장의 양식동 입구에는 연숙이 이외에 직원들의 딸인 "준영" "윤지"
"인해" "지현" "민주" "우호"등 동마다 양식담당자 직원의 딸 이름이 붙어
있다. 지난 88년 양식장이 설립된 이후 뼈저리게 느낀 "정성으로 키워야
자란다"는 평범한 교훈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이다.

광어양식장이 밀집한 제주 표선은 전국에서 바닷물이 맑기로 유명한 청정
지역.

염분을 제거하면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제주도청 고계추수산과장
의 말)의 청정수역 바닷물로 키워진 광어는 1년정도 자란면 대도시의
미식가의 식탁에 오른다.

무게 0.8-1.2Kg으로 자란 광어는 각 양식장에서 매일 오전 11시30분쯤에
아이스박스에 5-6마리씩 포장된후 냉동차에 실려 제주공항으로 옮겨지고
오후 6시쯤에는 살아있는채로 서울등 대도시 횟집의 식탁에 오른다. 양식장
에서 Kg당 2만원-2만5천원에 출하된 광어는 항공료등 수송비와 신선도
유지비등이 추가돼 Kg당 7만-8만원에 팔리고 있다. 은빛 살고기는 널따란
접시에 담겨져 횟감으로 나오고 뼈와 표피는 찌게로 끓여진다.

이처럼 양식된 광어의 수요는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양식광어는 원양업체들이 업종 다각화로 운영중인 횟집의 주요 메뉴가
되고 주말 가족단위나 평일 애주가들이 즐겨찾는 횟감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그러나 광어양식 업자들은 항상 불안하다. 횟감중 최고품질의 광어를
양식해놓고도 "항생제"나 "콜레라" 시비로 매출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청정수역의바닷물에 사람이 먹는것보다 더 싱싱한 고등어를 먹이로 주는
데도 이같은 시비에 말리면 1-3개월은 헛탕치기 일쑤라는 것.

동원산업의 이순천제주양식장장(60)은 "조개에서 콜레라균이 발견돼도
광어의 수요가 급감하고 일부 가두리양식장에서 항생제를 사용했다는 보도
가 나기만 하면 매출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광어양식에는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현재 제주지역의 광어양식 98개업체중 원양업체인 동원산업은 사업다각화
의 일환으로 표선해안에 1만1백90평의 광어양식장을 설치, 연간 2백50t의
광어를 생산해 전국의 자사횟집및 수산시장에 팔고 있다.

사조산업의 계열사인 사조냉장도 9천6백여평의 광어양식장(표선)을 설치
하고 지난 92년 1백t을 생산한데 이어 지난해 2백여t의 광어를 시중에
팔았다. 이밖에 제주실업(구좌)및 일흥수산(서귀포)은 각각 50t, 원일수산
(성산)은 45t의 광어를 생산해 항공편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판매하고
있다.

광어양식이 제주지역의 주요 산업으로 등장하자 제주도청은 지난해 국내
시장판매와 동시에 2백30여t의 광어를 수출, 6백50만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였으며 올해는 이보다 2배에 가까운 4백50t을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