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와 임금안정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노사간의 본격적인
임금협상을 앞두고 물가불안이 고조되고 있어 물가와 임금이 동반상승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탓이다. 물가와 임금안정기조가 허물어질 경우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영삼대통령이 21일 오전 정재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물가안정을 강조한 데서 사태의 심각성을 엿볼수있다. 정부가 이날
긴급 물가관련장관회의를 소집해 강력한 대책을 발표하고 정부총리가
노총간부들과 만나임금안정을 당부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이날 열린 시도경제협의회에서도 한이헌기획원차관이 과다인상된
개인서비스요금을 3월초까지 환원시키도록 지시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위해
공권력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있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의 물가불안이 걷잡을수 없이 확산되기
이전에쐐기를 박아야한다는 필요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가 1.3%나 오른데 이어 이달들어서도 농수산물과 개인서비스
요금을 중심으로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올들어 두달동안의 물가상승률이 연간 물가억제목표인 6%의 절반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의 물가불안은 주부들의 장바구니물가가 급등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파 등 일부 농수산물의 가격은 작년보다 7-8배나 뛸 정도로 불안감이
확산돼 다른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가다가는 정부가
제시한 올 6%의 물가상승은 지키기 어려울 게 뻔하다.

긴급물가장관회의에서 마련한 대책도 인플레심리가 물가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수산물에 대한 매점매석과
서비스요금의 담합 편승인상을 강력히 억제키로 한데서도 이런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담합편승인상으로 인한 부당이익은 철저히 조사해
전액 환수하겠다는 방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또 파등 일부 가격급등품목은 긴급수입해 가격상승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부 품목의 가격상승이 폭리를 노린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초강경대책을 마련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물가상승이 임금과 노사불안을 초래할 점에서다. 본격적인 노사협상을
앞두고 물가상승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요구를 자극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재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21일 노총간부들과만나 임금안정을
당부한 것도 최근 물가불안으로 올 임금협상이 심상치 않음을 반증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노총측이 이른바 "사회적
합의안"을 제시했으나 정부측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올 노사협상이 순조
롭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노총은 임금인상과 노동법개정
근로소득세율인하등 제도개선을 한데 묶어 노사정이 합의할 것을 주장한
반면 정부는 임금협상은 어디까지나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상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따라서 올해 중앙노사단체인 노총과 경총간에 단일임금인상안이 타결될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볼수있다. 노총은 올해 임금인상률을 지난해(12.5%)
보다 낮은 6.6-10.8%로 잡고 있는 반면 경총은 3-5%선을제시할 것으로 알려
져 상당한 견해차이를 노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앙노사간에 단일 인상안이 합의되더라도 조선 자동차등 일부
호황업종에선 이보다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점도 올
임금현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올 노사간의 임금교섭은 어느때보다도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는게 옳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대한 보다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만
노사간의 순조로운 임금교섭을 기대할수 있을 것같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