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찰 수락과 대화를 선택함으로써 핵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되던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상당히 완화될 전망이다.

북한핵문제가 완전한 해결의 방향으로 가느냐 하는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동안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던
남북관계에 일단 청신호가 켜진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평양의 이번 선택은 지난 12일 북한외교부성명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감지되기는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의 강경론과 유엔안보리의
대북경제제재 분위기 확산,국제여론과 현실사이에서 줄타기양상을 보인
중국의 태도등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이런 시점에 "일전불사"를 외치던 북한은 결국 "대화"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북한지도부의 이번 조치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핵안전조치 중단
선언,유엔안보리회부및 제재결의,경제제재,한반도무력충돌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그 가능성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번 조치를 발표한 평양의 궁극적 전략이 무엇이라고 판단하기는 현시점
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단자"가 되는 상황을 인식해 국제현실에 동참
한다는 의미인지,이른바 "시간벌기"전략의 또다른 구사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들의 과거 행적이 우리에게 섣부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실
이다.

북한핵문제는 예정대로라면 일단 IAEA의 대북사찰과 남북대화,북한과
미국간의 3단계 고위급회담등 일련의 과정을 밟게 된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12월29일 가진 뉴욕접촉에서 IAEA핵사찰수용- 남북
특사교환,94년 팀스피리트훈련중단-3단계고위급회담개최를 일괄타결하기로
합의했었다. 따라서 북한은 먼저 그간 중단됐던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이와관련 미국국무부는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직후
IAEA의 사찰결과 북한핵의 "안전조치의 계속성"이 보장된 후에라야 3단계
고위급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건은 당연히 핵사찰결과다. IAEA가 만족할 수 있는
사찰을 실제로 북한이 허용하느냐,결과는 어떻게 나오느냐 하는 것이
상황전개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북한핵문제의 상황변화에 맞추어 가장 우리의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은
중단상태에 있는 남북대화가 어떤 모습을 갖추느냐 하는 점이다.

북한은 이제껏 핵문제의 대화상대로 우리도,IAEA도 아닌 미국만이 유일
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따라 정부도 "핵문제의 해결이 없는한
남북의 악수는 불가능하다"는 강경책을 견지,어떤 채널의 대화도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궁극적 목표인 북-미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개선이 필수적임을 주장해왔고 이를 알고있는 북한이 이번 조치를
결심한 배경에는 당연히 이를 계산했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진실로 남북대화에 나올 것이냐하는 문제가 남는데
정부내에서도 낙관,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관론자들은 북한이 우리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노선자체의
변화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고 특사교환에 응한다 하더라도 미국을 의식한
모양갖추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비해 낙관론자들은 북한지도부의 현실론자들이 대미관계개선을 위해
어차피 대화에 나서야한다는 상황을 인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최근 강경일변도를 걷고 있던 미국에 대해 대통령친서와
외무장관의 방미등 모든 수단을 다해 대화를 강조한 점등 같은 민족으로서
보인 노력을 평양도 인정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또한 북-미관계의 개선에 있어 서울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작용한다는
점을 북한지도부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북한이 대미관계의 개선속도에 맞추어
대남관계개선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정도일 뿐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날 "상황의 진전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북한핵문제의 복잡성에 비추어 앞으로도 난제가 너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이미 플루토늄을 어느 정도 추출했을 가능성,현재
연구용이라고 밝히고 있는 핵시설이 2-3개월안에 전쟁목적용으로 변환이
가능한 점등을 들었다.

다시말해 IAEA가 사찰을 하고 설사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을 확인한다해도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까지를 과연 규명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16일은 북한 제2의 실력자 김정일의 52회생일이다. 북한핵문제와 관련해
그간의 강경노선을 직접 관장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의 생일날,그들이
밝힌 사찰수용의 진실성은 1단계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지
1년정도 되는 3월중순 판가름날 것 같다.

이번 사찰합의는 결국 북한의 예정된 협상전략의 하나든 국제적 압력의
가중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든간에 한 터널의 끝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길고 지루한 터널로 진입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