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이탈리아의 문예부흥 발상지였던 플로렌스에 갔을 때의 일이 머리
에 떠오른다.

밤이 되면 문예부흥을 주도했던 메디치가의 저택 앞광장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위한 각종 공연이 벌어졌다. 공연이 끝나고
난 자리에는 관객들이 버린 신문지와 담배꽁초,식음료의 포장지들로 꽉
채워졌다. 광장은 쓰레기더미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 광경을 본 필자는 광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한 플로렌스시민에게
"이렇게 마구 쓰레기를 버려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의 대답이 걸작
이다. "우리가 이 쓰레기를 치우는데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요.
쓰레기를 마구 버려야만 세금을 내는 대가를 보상받고 청소원들도 일자리
가 생기지요" 그 뒷날 새벽 일찍이 광장에 나가 보았더니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었다. 그러한 정경은 관광도시 파리에서도
흔히 목격하게 된다. 쓰레기를 버려도 당국의 규제가 없는 도시들이다.
그렇다고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아무데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지는 않는다.
법의 제재가 없더라도 스스로 환경질서를 지키는 높은 시민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그들 도시와는 달리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면 벌금을
물게되어 있다. 그런데도 길거리에는 담배꽁초를 비롯한 쓰레기가 널려
있는 곳이 많다. 오죽하면 한때 "쓰레기 왕국"이라는 말을 세계인들로부터
들었겠는가.

그 책임은 당국과 시민 모두에게 있다. 당국은 특정 단속기간이 설정될
때만 단속하고 기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하고마는가 하면 시민 또한 그
기간에는 법을 잘 지키다가 기간만 벗어나면 멋대로다. 당국의 엄포가 있을
때는 법이 존재하나 그때를 지나면 법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된다.
쓰레기규제행정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연휴때마다 문제가 되어온 고속도로변 쓰레기방기행위를 올 설연휴
기간중에 단속을 벌여 적발되면 최고 1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데 이어 오는
3월부터는 일반도로변과 유원지에서의 위반도 단속하게 된다고 한다.

당국이 벌금액수를 엄청나게 올렸다고 해서 법이 저절로 지켜지리라고
속단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쓰레기 안버리기 캠페인으로 시민의식을
높이고 당국의 단속이 지속적으로 펼쳐질때 실효를 거둘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짝 단속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