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자는 급증하고 있으나 공항환전소나 시중은행에서 외국돈을
제대로 바꿀 수 없어 환전낭비가 너무 심하다.

특히 우리나라 여행객이 많이 찾는 태국 대만등 동남아화폐는 국내
환전이 불가능해 귀국후 "남은 돈=휴지조각"이 돼버리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2청사 외환은행 환전소.

"아니, 호주달러가 없다구요" "미국달러로 바꾸고 현지에서 다시
호주달러로 바꾸세요" 이같은 실랑이는 20여개나 되는 김포공항 조흥
신한 외환은행의 환전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미국달러 엔화 마르크화 등 국제외환시장에서 많이 쓰는 외국돈은
쉽게 바꿀수 있지만 나머지 외국돈 환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 89년 해외여행자유화후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태국 대만
필리핀의 화폐는 아예 국내환전을 한 푼도 못해 관광수지적자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인플레가 심하거나 후진국이어서 국제외환시장에서 거래가
안된다는 이유로 국내은행들이 취급조차 안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행자들은 원화를 미국달러로 바꾼 뒤 다시 해당국 화폐로
환전하는 바람에 이중환차손을 보고 있는 것.

지난달말 태국 대만 필리핀 등으로 동남아여행을 다녀온 신영철씨(38)는
각국 화폐인 바트 원 페소를 현지에서 쓰다 남은 돈을 갖고왔다.
"미국달러를 이용, 환전하는 바람에 이중환차손을 본 것까지 억울한데
현지에서 시간이 없어 환전을 못해 귀국후 국내은행을 찾아갔더니 환전이
안된다고 해 우리 돈으로 1백여만원을 날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해외
여행객은 모두 2백41만9천9백30명.

이들이 1인당 평균 1만원씩만 환전낭비를 했다쳐도 2백41억9천9백여만이
날라간 꼴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차라리 환전을 못하느니 쓰다남은 외국돈을
가이드에게 팁으로 모아주던지 몽땅 싹쓸이 쇼핑에 써버리는 게 다반사다.

동창생과 함께 연말해외여행을 다녀온 김성택씨(49)는 "태국 방콕공항
에서 우리 원화로 다시 환전이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여유가 없어 쇼핑에
대부분 쓰고 가이드에게 남은 돈을 팁으로 줬다"고 말했다.

"여행은 국제화, 환전은 물물교환시대" 여행사 직원들이 환전낭비가
관광수지적자의 원인이 되는 걸 비꼬아 하는 말이다.
아주관광 해외여행부 김용태대리(30)는 "동남아는 물론 벨기에 스위스
영국의 돈도 국내공항 환전소에서 제대로 환전을 할 수 없어 여행객들이
경제적 손실과 함께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리는 "손님들에게 되도록 현찰대신 신용카드를 쓰라고 권장하지만
신용카드에 대해 은행추적이 돼 여행자들이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환전 관계자는 "원칙상 인플레가 심한 나라나 후진국 돈을
제외한 28개국의 외환을 취급하고 있지만 일정국 화폐가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