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자당 정책팀이 교체된지 1개월이 지나면서 정책수립활동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다소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민간단체와의 간담회와 당정간 정책협의에
주안점이 두어져 왔던 이전까지의 활동이 업계와 당내의 "살아있는
소리"를 듣는쪽으로 바뀌고 있다.

=================================================================

민간단체나 업계와 갖는 간담회석상에는 장들 보다는 실무자급이 대거
참석, 보다 실질적인 토론의 장이 되고있다.
당내의 각종 특위에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탈피,
세분화된 소위별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당초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연말 이세기의장과 이상득(경제) 백남치
(비경제)실장이 들어선 후 민자당의 정책수립활동이 오히려 미미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었다. 정재석부총리가 정부의 경제팀장이
되어 경제정책을 정부가 완전 주도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공공요금의
무더기 인상사태 등이 벌어졌는데도 당은 물가불안을 우려하면서도
대책없이 행정부쪽만 쳐다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는 보사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서상목전실장이 경제를 매크로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지만 후임인 이실장은 업계출신으로 경제의
마이크로한 부분만 취급한 차이때문이라는 여론이기도 했다. 다시말해
"성장이냐 안정이냐"하는 문제나 총통화관리, 물가문제 등에는 신임
이실장의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우려의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경제기조나 물가정책은 정부의 몫으로 인정하고 당은 정부의 정책수립에
충실한 조언자 역할을 하겠다는 현 정책위팀의 위치설정이 오히려
바람직한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있다.

과거처럼 경제운용기조를 놓고 대립하거나 "된다 안된다"식 당정갈등을
보일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당정일체가 되어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수정 보완되어야할 부분은 무엇이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현 정책위팀의 시각이다.

특히 경제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이상득실장은 이 부분에 관한 한
확고한 개인적 견해를 갖고 있다.
말만 늘어놓지 말고 하나씩 실천해가자는 것이다.

그는 김종필대표에게 건의해 행정부 전부처의 새해업무계획을 당에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당이 정책활동을 벌이는데는 각 부처의 현안을 먼저 파악한 후에라야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다음에 철저한 현장위주의 여론수렴과 당내 의견집약 과정을
거쳐 당정간 정책협의를 벌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사전에 정책을 입안, 당에 통보하는 식의 당정협의는
거부하겠다는 "투지"가 만만찮다.
농어촌특별세신설과 관련해 재무부측이 지난 21일 입법예고한 내용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경제계나 정치권의 여론을 대폭 반영한것은
그단적인 예다.

이실장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만 검토할 것이 아니라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책위에 비상근이긴하나
민간경제연구소나 정부출연연구소의 두뇌집단을 정책위의 실무요원
으로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업계나 민간단체의 여론을 굴절없이 수렴하기 위해서는 다소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대표"보다는 실무자들을 참석시켜 각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20일의 민자유치법안에 대한 정책간담가 그런 유형
이었다.
이날당사에서 열린 토론회는 업계와 민간단체의 참석자가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종순현대건설전무
이승한삼성건설전무 구석모한국경제연구원장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
이학응중소기업중앙회이사 등 실질적인 토의가 가능한 관련전문가들이
업계쪽에서 참석했다.

당에서도 업계출신인 김채겸 이명박의원등이 참석, 알맹이 있는 대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날 업계의 분위기를 파악한 이실장은 기획원과의 당정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공동투자하는 관민합동회사를 상법상의 주식회사
로 취급하도록 하고 국가가 무상사용내용을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민간이 가장 꺼리는 "관개입" 여지를 없애 실질적으로 기업이 사회간접
자본에 투자할 의욕을 갖게 했다.
이실장이 29일 경제 5단체 부회장들과 가진 간담회도 같은 취지의 모임
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이실장은 경제계가 경제규제완화와 상업차관도입허용 금리인하등을
요구한데 대해 분야별로 국가경제전반을 고려한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를
내준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불평만 할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면
이를 바탕으로 당정간에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나 당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민간이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정책위의 이같은 변신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실장이 "지난번 경제단체장들과의 신년간담회에서 박상규기협중앙
회장이 공개적으로 "정부나 당이 중소기업을 획기적으로 지원한다고 1년
내내 얘기해놓고 한게 뭐가 있느냐고 한 말을 곱씹어 봐야한다"며 고심
하는 대목은 한가닥 기대를 걸게한다.

<박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