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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칼] (364)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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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곤혹스러운 듯한 기색이 사이고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러나 곧 그는
    "어험" 헛기침을 한번 내뱉고는 굵은 저음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좀더 두고볼까 하오"
    "두고보다니요? 언제까지 두고보신단 말입니까?"
    "회유책을 쓰고 있으니까 멀지않아 변화가 보이리라 생각해요"
    "사이고 도노,지금이 어느 땐데 그렇게 태평스러운 말씀만 하십니까?
    답답합니다. 폭도들에게 회유책이라니 말이 됩니까? 협약에도 보니까
    막부의 손으로 가라앉히지 못하는 폭도들은 관군이 진압하기로 되어
    있던데요"

    "창의대는 단순한 폭도가 아니오. 삼천명이나 되는 무장한 사무라이들이
    모여 진을 치고 있는데,그걸 폭도라고 할수 있나요? 막부에 충성을 다하는
    정규 부대라고 봐야해요"

    "그렇다면 더더욱 공격을 가해서 격멸해 버려야지요. 그냥 두고 보고만
    있다니 말이 되나요?"

    오무라는 어이가 없는 그런 표정을 역력히 얼굴에 떠올리고 있었다.
    사이고는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를 바 없어요. 독 안에 든 쥐가 어디로
    가겠소? 가만히 내버려둬도 결국 굶어죽듯이,창의대도 나중에는 도리없이
    두 손을 들 거라 그거요. 막부가 없어졌는데 제놈들이 무슨 재주로 오래
    버티겠소. 그래서 항복을 하도록 회유책을 쓰고있는 거라오. 피를 흘리는
    것보다는 안 흘리고 일을 끝내는 게 좋지 않겠소? 에도성을 무혈로써
    접수했듯이 말이오. 그게 왕사의 도라고 나는 생각하오"

    "왕사의 도고 뭐고,피를 흘릴 때는 흘려야 되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애당초
    요시노부를 무력으로 물리치고 막부를 무너뜨릴 생각을 말았어야지요. 그런
    방향으로 밀고나간 게 누굽니까? 도막전을 획책한 장본인이 누구냔
    말이에요?"

    사이고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장본인이 다름아닌 자기와 오쿠보인
    셈이니,오무라가 대놓고 자기를 정면으로 공박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직제상으로 아래이면서 말이다. 피가 얼굴로 치솟아오르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말이 너무 지나치지 않소!" 언성을 높여 내뱉은 것은 사이고가 아니라,
    부하 참모인 가이에다다케지였다. 처음부터 묘하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개최되었는데,마침내 고성이 터져나오고만 것이었다.

    "지나치다니,뭐가 지나치다는 거요?"
    오무라도 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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