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의 폭락 행진이 거듭되면서 러시아 경제가 또다시 살인적인 초인플레
의 늪에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루블화의 붕괴 니 벼랑에 몰린 러시아 경제
운운하며 파국이라는 다소 성급한 진단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최근의 루블화 환율곡선은 심상치 않은 구석이 많다.

루블화의 대달러 환율은 17일 모스크바외환거래소(MICEX)에서 직전
최고치를 꿰뚫는 달러당 1천4백2루블를 기록한데 이어 18일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달러당 1천5백4루블까지 치솟는(루블화 가치하락)
숨가쁜 급변장세를 연출했다. 이는 전날보다 1백2루블이나 오른 것이다.

러시아의 외환취급은행들에서는 17일의 MICEX 환율보다도 무려 2백48루블
이나 오른 1천6백50루블에 거래되기도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지난주에만 3억달러를
풀었고 18일에도 2천3백만달러를 추가투입했지만 대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었다.

루블화 가치는 이로써 올들어 MICEX 환율기준으로 불과 18일만에 21%나
급락하는 그야말로 추락장세를 그렸다.

루블화의 폭락은 충격에 빠진 러시아인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았다.

로이터통신은 루블화가치가 곤두박질치자 모스크바 은행앞에는 달러 매입에
혈안이 된 러시아인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타전하고 있다.

모스코브스키 은행의 한 환거래담당자는 이날의 상황을 "10-20달러의
푼돈을 매입하려는 노파에서부터 수천달러를 매입하려는 마피아 암달러상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달러 매입에 혈안이 돼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엔지니어라는 한 중년의 러시아인은 로이터 통신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라디오로 루블화가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러시아에서
믿을만한 것은 오직 달러밖에 없다"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루블화 폭락사태에 대해 이미 돌아올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부정적 진단을 내리고 있다. 유럽환율전문가들은 루블화의
대달러환율이 2주쯤 후에는 2천루블선을 돌파하고 올여름 중반께는 무려
1만루블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절망적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 환거래상들도 서방으로부터의 새로운 달러유입이 없을 경우
루블화의 하락세는 멈출수 없는 내리막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화보유고는 현재 약45억달러에 불과하다.

서방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루블화 가치 폭락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과거의 악몽같던 초인플레가 다시 재연되는 상황으로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 러시아 총리 경제수석보좌관도 18일 런던에서
열린한 회의석상에서"러시아는 지금 심각한 인플레 현상이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연말께면 인플레율이 1백%에 달할 것이다.

이는 곧 루블화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라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월간 인플레율이 1,2월중에는 11-12%,5월중에는 35%로 급상승한뒤
여름께는 최소한 50%,그리고 연말에는 1백%에 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러시아 경제의 불길한 장래를 경고 했다.

서방경제전문가들은 루블화 가치 폭락세의 1차적 원인제공은 러시아
경제개혁의 기수인 예고르 가이다르 제1부총리의 퇴진에서 비롯된
러시아의 정정불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 환거래상들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총선이후 수직으로 낙하하기
시작한 루블화 가치하락은 구조적 측면에서 앞으로 보리스 표도로프
부총리겸재무장관이 주도했던 통화긴축정책이 완화되면서 월간 12%선을
유지하던 인플레율이 급상승하게 될것이라는 시나리오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지적 하고있다.

러시아정부의 의사당 신축을 위한 5억달러의 재정지출결정과 러시아및
벨로루시간에 체결된 경제통합협정도 결국 금융긴축 완화=초인플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악재라고 환거래상들은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경제운용목표를 루블화가치 안정과 인플레 억제라는 두
버팀목을발판으로 연방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6%로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루블화안정을 통한 재정안정계획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온 가이다르 경제팀의 퇴진으로 모든 청사진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서방에서는 지금 러시아경제가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막다른 파국은 아닐지라도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루블화에 관한한 달러당 1만루블
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결코 배제할수 없는 현실중의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루블화의 바닥권 어디까지 내려갈지 러시아 경제가 다시
활로를 찾을수 있을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