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14증시대책"으로 주식시장은 또한차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증시안정기금의 보유주식 매각에 이은 두번째 규제조치라는 점에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용면에서도
대주제부활외에 기관에 대한 위탁증거금 징수라는 강도높은 수단이
동원됐다. 그만큼 주가급등을 억제하려는 정책당국의 의지가 분명하다는
사실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서는 이번 조치
로도 주가가 재편되지 않을 경우에는 후속조치가 잇달아 터져나올 것
이라는 우려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투자심리의 약화는 무엇보다 거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찾을수
있다.

지난 14일만해도 5천만주를 웃돌았던 거래량이 규제조치 첫시행일인
17일과 18일엔 3천만주대로 떨어졌다. 거래대금도 지난14일엔 1조5천
2백52억원으로 국내증시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17일이후에는 1조원을
크게 밑돌았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의 시장참여가 눈에띄게 줄어들었다. 지난주에
하루평균 3천1백42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기관들은 금주들어선 하루에
1천5백82만주를 매입하는데 그치고 있다. 매수주문금액의 20%만큼을
위탁증거금으로 내게됨에 따라 허수주문이 급감하고 체결규모도 덩달아
감소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기관들의 거래비중도 지난주의 29.4%에서 이번주의 이틀
동안은 22.2%로 낮아졌다. 일단 이번 규제조치로 기승을 부리던 기관
장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들의 매수위축과 함께 매도규모도 크게 줄어들었으나 투신의
경우엔 오는 2월10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한은특융을 갚기 위해 보유
주식을 꾸준히 팔아야할 입장이다.

투신들의 매도패턴과 관련해 대신증권의 김대송상무는 "이동통신관련
초강세종목등을 제외하고는 블루칩(대형우량주)의 매도를 점차 늘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투신권의 매물이 대부분 은행권
으로 흘러들고 있으나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종목들은 강세를
유지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과정에서 최근 상승세를 이끌어온 고가저PER(주가수익비율)주중
에서도 일부종목들이 상승대열에서 이탈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일반인들의 투자마인드도 한결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개인투자자와는 동떨어진 주식으로 여겨졌던 고가주와 테마주등
주도주를 사들이는데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관과 일반인들이 모두 고가우량주를 선호하게 되면서 주가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같은 주가차별화가
극단으로 치닫자 18일후장부터 이에 반발하는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나 저가주로의 순환매기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인식이 우세한
상황이다.

차츰 가시화되고 있는 이동통신및 사회간접자본(SOC)투자확충관련등
테마주들의 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투자판단이 이같은 인식을 뒷받침
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기관의 범주에서 예외없이 위탁증거금에 묶인 외국기관들도
국내주식매수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일부 미국계펀드의 경우
본사로부터 포트폴리오상 아시아지역에 배정된 투자자금중에서 대한투자
동결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4년만에 부활된 대주제도 투자자들을 혼란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첫날인 지난 17일 유공등을 대주로 받아 팔아버린
투자자들은 연3일 상한가행진통에 벌써부터 담보부족에 시달리는
양상마저 드러내고 있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