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 운동의 거목 문익환 목사(사진)가 18일 밤 8시20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향년 76살.
고 문 목사는 이날 오후 도봉구 수유리 자택에서 가족들과 대화 도중 갑자
기 전신마비 증상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
졌다.
고 문 목사는 1918년 만주 간도에서 출생해 한신대와 미 프린스턴신학대학
을 졸업한 뒤 55년 한빛교회 목사 겸 한신대 교수 생활을 하다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76년 민주구국선언으로 투옥된 데 이어 78년 유신헌법의 비민주성
을 질타하는 성명을 발표해 또다시 투옥됐다.
특히 89년 3월에는 통일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국내외
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 문 목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곧바로 투옥돼
옥고를 치르는 등 생애 모두 다섯 차례나 투옥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조국
의 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삶을 일관해왔다.
민주통일국민회의 의장.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상임고문.민주주의민족 통일
전국연합 상임지도위원 등을 맡으며 민족민주운동단체를 이끌어온 고 문목
사는 최근 새로운 통일운동 조직인 `통일맞이''(가칭) 발족을 위해 서울 종
로구 낙원동에 사무실을 얻어 발기인 모집 등을 위해 노령에도 불구하고 동
분서주하는 등 통일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시인으로도 유명한 고 문 목사는 <꿈을 비는 마음> 등 세 권의 시집 외에
<통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가슴으로 만난 평양> 등의 통일과 관련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용길(74) 여사와 3남1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