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회사원이던 K씨는 최근 H물산이 운영하는 피자체인의 가맹점을
개설하고 새인생의 설계에 마음이 부풀었다.
세칭 먹는 장사인데다 요즘 유행하는 신세대를 겨냥한 만큼 나름대로
사업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점포를 개점하면 각종 설비와 비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유명연예인을
동원, 판촉행사를 열어주겠다는 H물산측의 약속도 K씨의 결심을 부추겼다.
그러나 개점후 K씨는 고민에 빠졌다. H물산이 선전한만큼 매상이 오르지
않는데다 약속한 지원도 없었다. 결국 K씨는 네달만에 사업을 포기하고
H물산에 보증금 2천7백만원, 4개월간 점포월세금 2백40만원, 인건비
6백만원 등 총 3천5백40만원을 변상해달라는 내용으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알선을 신청했다.

최근 프랜차이즈사업이 급속히 확산되며 비슷한 경우를 당하는 사람이
K씨외에도 상당수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같은 종합소매점에서부터 외식점은 물론 호프집 자판기체인 학원
등 다양하게 늘어나는 프랜차이즈사업은 적은 돈과 경험만으로도 나만의
점포를 운영할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주부나 퇴직한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제자리를 잡지못한 국내 프랜차이즈사업에서는 가맹자와
업체간의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특정물건만을 받아 파는 특약점과는
달리 프랜차이즈사업은 각종 설비시설을 함께 갖춰야하기에 피해액도
점차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선의의 투자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더우기 분쟁이 발생하여 민사소송에 들어가도 투자액을 되찾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사업시작전에 투자자의 신중한 사업성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투자자는 먼저 사업의 타당성이나 성장가능성을 직접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광고나 영업사원들의 말은 보통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기
마련이므로 기존에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와 만나 현실감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여성도 학원을 경영할 수 있읍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지학원을 시작한 L씨는 과장광고에 속은
대표적인경우.

모여성지에 난 광고는 각종 경영지도는 물론 학생수가 최저수익선인
60명이 안될 경우 보조금까지 지원하겠다는 달콤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컴퓨터를 전혀 모르던 L씨는 학생모집에 실패했고 보조금도
받지 못한채 투자액 2천2백만원만 날리고 말았다.

과장광고는 광고를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지만 투자자들에게도 귀책
사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이주원위원은 "과장광고는
경험과 자본도없이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과다한 욕심을 파고드는 것"
이라고 지적한다.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 결정되면 프랜차이즈업체의 규모와 관리방식,
브랜드인지도 등을 조사해보아야 한다. 기업의 신용도를 알아보기
위해 세금납부실적이나 등기부등본 등을 떼어볼 수도 있다.

상당수의 업체가 자체 공장을 갖추지 못하고 상품을 유통시키거나
프랜차이즈 본연의 업무보다는 점포에 들어가는 시설판매로 이익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계약체결에 있어서도 무턱대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전에 세부항목을
조목조목 따져보아야 한다.
편의점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주)보광의 김정부이사는 "계약체결전에
하나하나의 항목을 꼼꼼히 검토한 사람이 사업후에도 불평이 적다"고
경험을 소개하며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가맹자나 본부측에 모두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계약서의 내용을 권위있는 기관에 의뢰하여 미리 검증하는 것도 좋다.
국내에선 상공자원부산하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이 상담 및 계약서검토를
무료로 해주고있으며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양자간에 중재 및 알선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사업을 뒷받침해
줄만한 법적규정이나 투자자 보호기구설립이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미국의 SBA(중소기업청)나 프랜차이즈협회같이 가이드라인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도 주목해 볼만하다. 까다로운 신용도조사를 거친후에야
가입이 허락되는 이협회의 회원사들에게는 일단 투자자들이 믿고 따를
만한 공신력이 부여된다. 물론 비회원사라도 프랜차이즈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한국슈퍼체인협회의 이광종전무는 "장미빛 사업설명으로 가맹점을
모집해놓고 분쟁이 생기면 나가라는 식으로 운영하면 누가 참여하겠는가.
사업의 주도권을 쥔 본부가 처음엔 손해를 보더라도 가맹점주를
보호해주어야만 장기적으론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면서 프랜이즈사업의
초점은 가맹점의 이익을 보호해주는데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