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가 12일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이 한가지 있다.

국토를 권역별로 특화해서 개발육성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좀더 구체적
으로는 전국을 우선 수도권 부산권 아산권등 3대개발축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등 4개 지방대도시권으로 나누어 권역별
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갖도록 정비하고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장기 국토개발계획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안도 아마 드물 것
이다. 주민의 생활편익은 물론 재산권과 관계되고 국가의 경제개발장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부산 대구를 중심한 영남지방일원을
뒤흔들고 있는 수돗물소동과도 따지고 들면 관련이 없지 않다.

건설부의 보고 내용이 기왕의 국토개발계획과 다른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전에도 정부는 국토를 몇개의 권역으로 나눠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또 새 구상이 수도권집중억제 정책의 후퇴나 포기라고 단정할만한 근거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지방거점도시육성결과 수도권집중현상이 완화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풍기는 인상은 역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10개년
단위의 장기 국토종합개발계획이 지금의 3차계획(1992~2001년)에 이르기
까지 거의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수도권집중억제와 전국토의 균형개발대신
권역별 특화개발을 위한 기능정비차원에서 수도권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한편으로 4대 지방대도시를 수도권에 맞먹는 거대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
는데 이것은 보기에 따라 중대한 수정일 수 있다. 또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에 따른 이농 현상의 가속화,지방자치제 확충등과 맞물려 서울등
대도시의 비대화를 더욱 부채질할 위험도 깔고 있다.

건설부당국은 이런 몇갈래 시각에 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기본방향과 골격을 수정한게 틀림없다면 그 내용과 배경을
보다 알기 쉽고 설득력있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그런 사안은 국토
건설종합계획법등에 규정된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게 옳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말이 있어야 한다.

국토를 어떻게 개발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생활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그런 일을 정부는 과거에 일관성없이 너무 빈번하게
바꾸고 또 가볍게 다뤄온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또 그러지는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