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과거 30여년간의 "근대화의 시대"
를 지나 이제는 "세계화의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제도 조직 정책
사고 의식 발상 모두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정책도 결코
예외일수 없다. 경제정책의 기본철학과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 종래 근대화
시기에 지배적이었던 사고,국가가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종래의 신중상주의적 사고와 발상에서 신자유주의로, 특히
질서자유주의로 전환이 있어야 세계화의 시대에 올바로 대처할수 있다.

케인즈적인 총수요관리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이제는 총공급능력의
제고가 문제인 시대,미시경제정책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하여 하에예크가 강조하는 "법의 지배"나 오이켄적
질서정책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돼야 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더 이상
정부는 거시경제운용의 목표치를 설정한다든가 지수관리를 위하여 무리하게
노력해선 안된다. 정부는 경제의 기본 틀과 질서 그리고 게임의 룰을 바로
잡는데 치중하여야 한다. 경제질서를 보다 공정하고 자유경쟁적으로,그리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하게 만드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민간
의 창의와 자율에 의존해야 한다.

이제는 경제운용의 시대가 아니라 경제질서의 시대이다.

그러면 어떻게 경제질서를 강화할 것인가. 이를 위하여 시급한 것은
경제질서 정책을 담당하는 3가지 국가조직을 확대강화하는 일이다.

첫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강화이다. 이는 생산물 시장에서의 질서정책을
강화하기 위하여서이다. 생산물 시장을 보다 공정하고 자유경쟁적으로
만들기 위하여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준입법기능과 준사법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경제기획원으로 부터 완전독립시켜 독자성과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공정거래정책이 물가정책의 일환이나 산업정책의 보조수단
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강화된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선 시급히 다음 과제들을 잘 풀어야 한다.
우선 첫 과제는 폐쇄경제가 아닌 개방경제하에서의 경쟁정책은 어떠한
내용과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이다. 경제가 세계화.국제화되어 가는 속에서
경쟁정책의 바른 방향을 시급히 정립하여야 한다. 다음과제는 소위 대기업
집단의 문제이다. 그때그때 정치적 동기 혹은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단기
정책이 아니라,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에 기초한 일관성있는 중장기 정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집단의 문제를 바르게 해결하는 것이 우리경제의 효율
과 형평을 위하여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금융통화위원회
의 강화이다. 금융시장에서의 질서정책을 위하여 중양은행을 하루빨리
재무부로부터 독립시키고 금통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관치금융관행을
지속시키는 한 금융시장의 자유공정경쟁질서는 이룩될수 없고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강화는 기대할수 없다. 이 문제는 도대체 시간을 끌 하등의 이유
가 없다. 당장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은행과 금통위는 통화가치의 안정과
금융질서의 경쟁성유지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맡아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통화가치의 안정이다. 이는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기본전제이다. 통화가치가 안정되지 않고는 자원배분의 효율성도,소득분배
의 개선도,국제경쟁력의 제고도 기대할수 없다. 따라서 통화가치의 안정,
즉 물가 안정은 일종의 질서정책으로 보아야 한다.

실업률과 트레이드 오프의 관계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형편에 따라 수시로
바꿀수 있는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셋째는 노동위원회의 강화이다. 노사관계의 발전이란 노사관계를 규율할
공정하고 효율적인 규범과 질서를 발전,정착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위원회의 질서 내지 규범창조적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현행노동위원회는 노동행정의 일부로 전락하여 중립성과 독자성 그리고
전문성이 크게 부족하다. 이래서는 노사관계의 바른 질서를 세울수 없다.
노동위원회를 노동부로부터 완전독립시키고 전문성과 중립성을 대폭
강화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노사모두가 승복할수 있는 도덕적 권위와
전문적 능력을 가진 노동위원회를 만들어야 노사문제가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노사문제는 당사자간의 자율적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노사
자치주의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러사정으로 노사간 자율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신속.공정.효율적인 조정과
중재가 불가결하다. 그런데 노동위원회가 전문성과 공정성에서 신뢰를
주지 못하면 유효한 조정과 중재를 할 수 없다. 노사간 갈등의 무한
표류를 막을수 없다.

시장경제를 영위하는 나라의 가장 중요한 경제질서정책의 담당 조직이
이상의 3가지 조직이다. 이들 조직을 행정부로 부터 완전독립시켜
전문성과 중립성을 크게 높이고 조직을 확대강화하고 그 권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왜곡되고 위축되어 온 이들 조직의 질서창조기능을
정상화하고 경제의 기본질서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제는 질서자유주의의 시대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주의가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수 있도록 자유주의시대에 걸맞은 올바른
경제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경제의 올바른 국제화
세계화 전략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행정개혁과 행정조직개편이 논의되고
있는 요즈음 질서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담당자들의 각별한 유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