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348) 제2부 대정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 어쩌다가 우리 막부가 이지경이 되었는고" 덴쇼인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내비치는 듯하였다.
방안에 비감어린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목이 메이는 듯한 소리로
덴쇼인이 입을 열었다.
"세이간인노미야를 찾아가 보시구려" "그만 둘랍니다" "왜요?" "찾아가
보면 뭘 합니까. 마음만 아프시게 해드릴텐데." 그러자 덴쇼인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잘 알수 없는 그런 어조로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세이간인노미야야말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지. 조카인 천황을 찾아가
따져야지. 탄원을 했는데도 묵살하고,곧 친정을 선포해서 삼만이나 되는
대군을 출진시키다니,괘씸하기 짝이 없잖아" 요시노부는 그저 쓸쓸한
웃음을 가만히 얼굴에 떠올릴 따름이었다.
요시노부가 공순의 길, 즉 쇼군 자리에서 물러나 은거로 들어간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었다. 그는 쇼군 자리를 내놓으면서도 후계자를
선정하려고 들지 않았다. 후계자를 선정한다는 것은 곧 막부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에 그것은 동정군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후계자 대신 모든 권한을 육해군 총재이며 평화론자인 가쓰야스요시에게
일임했다. 그를 불러 단둘이 마주앉아서 요시노부는 쇼군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 "내가 물러나지만 다음 쇼군을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대신 나의 모든 권한을 귀공에게 일임하오. 그러니 앞으로의 일을
맡아서 책임지고 잘 처리해 주기 바라오"하고 말했다.
너무나 뜻밖의 일에 가쓰는 얼떨떨해져서 뭐라고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왜 다음 쇼군을 선정하지 않은지 짐작하겠소?" 가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뜻을 짐작 못할 턱이 없었다.
"이제 다 끝났소. 나의 마지막 소원은 피를 보지 않고 막을 내리는
일이오. 어떻게 하면 피를 보지 않고 막을 내릴수 있을지,귀공이 잘
머리를 써주기 바라오. 결코 위로부터 아래까지 어느 한 사람도 셋푸쿠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오. 그점을 특히 명심해 주오.
알겠소?" "예,잘 알겠습니다" "그럼 귀공만 믿소" 요시노부의 두눈에 핑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내비치는 듯하였다.
방안에 비감어린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목이 메이는 듯한 소리로
덴쇼인이 입을 열었다.
"세이간인노미야를 찾아가 보시구려" "그만 둘랍니다" "왜요?" "찾아가
보면 뭘 합니까. 마음만 아프시게 해드릴텐데." 그러자 덴쇼인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잘 알수 없는 그런 어조로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세이간인노미야야말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지. 조카인 천황을 찾아가
따져야지. 탄원을 했는데도 묵살하고,곧 친정을 선포해서 삼만이나 되는
대군을 출진시키다니,괘씸하기 짝이 없잖아" 요시노부는 그저 쓸쓸한
웃음을 가만히 얼굴에 떠올릴 따름이었다.
요시노부가 공순의 길, 즉 쇼군 자리에서 물러나 은거로 들어간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었다. 그는 쇼군 자리를 내놓으면서도 후계자를
선정하려고 들지 않았다. 후계자를 선정한다는 것은 곧 막부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에 그것은 동정군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후계자 대신 모든 권한을 육해군 총재이며 평화론자인 가쓰야스요시에게
일임했다. 그를 불러 단둘이 마주앉아서 요시노부는 쇼군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 "내가 물러나지만 다음 쇼군을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대신 나의 모든 권한을 귀공에게 일임하오. 그러니 앞으로의 일을
맡아서 책임지고 잘 처리해 주기 바라오"하고 말했다.
너무나 뜻밖의 일에 가쓰는 얼떨떨해져서 뭐라고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왜 다음 쇼군을 선정하지 않은지 짐작하겠소?" 가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뜻을 짐작 못할 턱이 없었다.
"이제 다 끝났소. 나의 마지막 소원은 피를 보지 않고 막을 내리는
일이오. 어떻게 하면 피를 보지 않고 막을 내릴수 있을지,귀공이 잘
머리를 써주기 바라오. 결코 위로부터 아래까지 어느 한 사람도 셋푸쿠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오. 그점을 특히 명심해 주오.
알겠소?" "예,잘 알겠습니다" "그럼 귀공만 믿소" 요시노부의 두눈에 핑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