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거품경기 붕괴의 후유증과 엔고충격이 함께 겹치면서 들이닥친 복합불황의
골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있으며 "2차대전후 최악"이라는 기업인들의
탄식과 비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91년2.4분기부터 시작돼 만3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헤이세이 대
불황은 그 강도와 기간의 양면에서 1차 석유파동 및 플라자협정(85.9)에
따른 엔고로 인해 일본경제가의 겪었던 두차례 불황을 압도하고 있다.

93년의 평균 환율을 미달러당 1백24엔으로 예상한 도요타자동차는 작년
한해동안 엔화값이 1엔 올라갈때마다 약1백엔의 이익이 날아가 버리는
아픔을 겪었다.

일본정부는 93년의 경상흑자가 사상 최대인 약1천3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
이다.

민간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수주액은 감소일로를 면치못하고 있으며
공작기계 수주액은 90년의 1조4천1백여엔에서 93년에는 5천5백엔으로
곤두박칠쳤다.

조강생산량은 93년11월의 경우 7백59만5천 으로 92년동월보다 9.1%나
뒷걸음질쳤다.

통산성이 작년10월에 실시한 앙케이트조사에서는 제조업의 금년도 설비
투자가 작년보다 10.2%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11개 도시 은행의 93년 9월말 융자잔고는 3월말보다 0.5%감소,반기 기준
으로는 전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라종합연구소를 비롯한 민간연구기관들은 금년의 일본 경제가 0.9%
이하의 옆걸음 내지는 마이너스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복합 불황의 장막속에서도 부사조 일본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대
수술은 현재 전세계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너나없이 팔을 걷어부치고 진행중인 이 수술은 리스트럭처링
(Restructuring)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흐름이다. 각 기업들은 엔고 물살을
헤치고 나가지 않으면 불황을 이겨낼수 없다는 위기의식하에 저마다 혼신의
노력을 쏟고 있다.

리스트럭처링에 매달린 일본기업들은 단기처방으로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판매관리비를 삭감하는등 불요불급한 경비를 경쟁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도요다 신일철 히다치 NTT등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일본의 간판급기업들이
약속이나 한듯 감원대열에 뛰어들어 일본식경영의 기둥처럼 여겨져온 종신
고용의 틀마저 바라려 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체제에도 메스를 가하는 일을 서슴지않고 있다. 일본
기업의 강점으로 굳어져온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방만한 사업확장보다는 본업에 충실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악화된 수익환경을 커버하기 위해 매출보다는 수익을 앞세우는 효율경영의
개념이 규모의 확대,셰어지상주의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화광경제연구소)

일본경제의 딜레머는 뒤짚어 말하면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 기력을 잃었던 국내 자동차 반도체 조선등의 수출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데서도 한국경제에 불고 있는 엔고훈풍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적 요인이 가져다준 황금과도 같은 찬스를 얼마나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느냐의 열쇄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노력과 지혜에 달려 있음이 분명
하다.

생산원가를 한 푼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제조유신"이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키며 "달러당 90엔대"를 대비하는 일본기업들의 리스트럭처링열풍은
재도약을 노리는 한국경제가 본받아야할 교훈이자 넘어서야할 장벽이다.

<동경=특별취재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