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창문 너머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고등학생들이 졸업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스무 살 설렘을 가득 안고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대학 신입생 시절 첫 미팅 자리에서 했던 게임이 문득 기억을 스친다. 남학생들이 쪽지에 단어를 적으면 여학생들이 그중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짝을 이루는 방식이었다. 친구들은 저마다 ‘사랑’ ‘별’ 같은 감성 섞인 단어를 적어냈지만, 나는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단어인 ‘길’을 적어냈다.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작은 여학생 한 명이 내 쪽지를 집어 들었다. 왜 ‘길’을 골랐느냐고 묻는 친구의 질문에 “길이라는 단어가 멋져 보여서”라고 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설렜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캠퍼스를 걷던 풋풋한 청년도 어느새 머리가 희끗한 이순을 바라보는 중년이 됐다. 그날의 설렘도 이제는 희미해졌지만 ‘길’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세 아이의 아빠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그리고 직장에서의 책임감으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늘 쉽고 평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험난한 비포장도로로 빠지기도 했고, 때로는 방향을 잘못 잡아 한참을 헤매다 다시 제자리걸음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나만의 길을 선택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첫 번째는 나만의 자신감이다. 여전히 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내 선택이 옳은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선택을 행동으로 옮기기에 앞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