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룡 <축산단체협 회장>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대한 내각의 책임을 물어 대폭 개각이 단행
되었지만 농산물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교우위라는 새로운 질서,즉 지구촌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변화되는
전환점에서 겪어야하는 불가피한 아픔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배신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농촌을 떠나는 농민이 많지만 아직도 농촌을 지키려는 농민이 더 많기
때문에 제2의 건국을 표방하고 출범하는 새로운 내각에 희망을 걸수밖에
없다.

개방화시대의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눈가리고 아웅식의 땜질식 농정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실현불가능한 공약들을 남발해 놓고 막바지에
와서 두손을 들면 농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물론 국제협상이란 우리의 뜻대로 되는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철학이 빈곤하고 의지와 설득력이 약한 갈팡질팡하는 개방대응정책,
그리고 개방에 대처하는 정부의 안일한 자세에는 적잖은 모순이 제기됨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국가정책이란 빛바랜 기발한 아이디어보다 보편성의 토대위에서 발전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가진 계층의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절대다수의
빈곤층이 희망을 갖고 발전대열에 동참할수 있는 대안이 긴요하다. 또
그렇게 되어야 복지국가로 갈수있다고 생각된다.

농정의 경우 문민정부출범이후 전개된 일련의 시책들이 지나치게 규모
경쟁에 치우치고 있어 사회의 공적인 또다른 기득권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절대다수의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같은 상황에서 농축산물의 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따라서 농촌경제의
마비가 초래됨은 물론 양축농민들이 하루 아침에 설 땅을 잃게 되는
공동화현상이 우려된다.

한 예로 국제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하면서 축산업의 경우 생산원가비중이
가장 높은 배합사료등에 대한 영세율을 세수결함을 이유로 적용하지 않아
원천적으로 경쟁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 일관하고 있다. 이와함께
수입개방에 따른 충격을 관세로 흡수하겠다는 안일한 처방의 효력도 일단
의심이 간다. 축산업의 국제경쟁지표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우리의
4분의1밖에 안되는 미국의 소값,그리고 돼지값 역시 마찬가지다. 90Kg
생산원가가 미국은 6만원선인데 반해 우리의 채산분기점은 12만원이다.
과연 이같은 경쟁비율을 관세로 대응할수 있겠는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대치의 실현이 희박한 축산물 수출드라이브정책
이다. 국내시장을 다 내줄 판에 수출드라이브정책에 편승하는 몇몇
계층을 위한 특별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정책은 생산자들의 분열을 조장
하며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개방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농축산정책의 제시가 시급하다.
특정한 계층을 위한 특정한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정당화 또는 합법화된
농정상품이 아니라 영세한 경영규모를 협업화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농축산업을 지키고 가꿔온 절대다수 양축농민들의
경륜이 평가받을수 있는 선명한 정책으로 재처방돼야 한다. 농축산업은
단순한 경제측면만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장차 도래할 식량자원의 네셔
널리즘과 식량 식민지가 되지 않게 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국토의 효율적 이용관리를 비롯해 국민과 호흡하는 농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고품질 기술농업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열가지 이론보다 한가지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농축산업을 살리려면 전제된 역할분담의 실천이 시급하다.
땅에 떨어진 농정의 불신부터 해소하고 그 위에 새로운 모습의 참신하고
모두에게 설득력이 있는 정책의 불을 지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