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삼성인은 영원한 삼성인"

삼성전자(대표 김광호)가 국내기업으론 처음으로 23일 수원 구미 기흥
부천 온양등 5개 공장에 1년이상 일한적 있는 남녀퇴직자 5천여명을 초청,
"삼성전자인 만남의 축제(Home Coming Day)"를 열었다.

삼성동창회 같은 이날 행사엔 지난 70년대 숨은 수출역군으로 생산라인
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40대 가정주부들이 20여년만에 자동화된 공장을 둘러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듯 했다.

이날 오전11시 수원공장 실내체육관.

"아니 너, 명숙이 아냐" 행사장을 들어서던 김광호사장을 자신이 지난
75년 생산과장 시절 함께 일했던 김명숙씨를 알아보고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등을 치며 반가워했다.

"우리 모두 가난을 떨치기 위해 스무살 젊음을 다바쳤던 여러분의 땀으로
우리 회사는 이제 연간매출 8조원의 세계초일류기업으로 컸습니다" 연단에
올라선 김사장은 허름한 작업대에서 밤샘작업을 독려하던 생산과장 시절을
회상했다.

"18년이란 세월은 여러분을 중년의 여인으로,저를 흰 머리의 장년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하지만 흑백TV생산을 위해 커피와 라면으로 졸음과 피로를
참아내며 밤을 지새웠던 지난날의 추억은 우리 인생의 가장 소중한 추억
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소개를 하는 1부 "환영의 장" 순서에 이어 2부는 옛 소속 생산라인과
동료직원을 찾아보는 "만남의 장"시간.

"참, 많이도 바뀌었네요. 그땐 가전제품 한 대를 만들기 위해 1개라인에
1백50여명이 달라붙어 밤을 꼬박 새우곤 했었는데" 지난 75년 당시 김과장
밑에서 일했다는 이경희씨(45)는 자동화된 칼라TV생산공장에 불과 20여명
정도만 일하는 것을 지켜보고 부러움 섞인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땐 고생 많이 했어요. 우리 제품이 너무 잘 팔리는 통에 손발이 부르트
도록 일했었지요. 철야작업날이면 일하다 라인 한 귀퉁이에 쓰러져 잠이
들곤했어요. 그러면 김과장님이 담요도 덮어주고 주전자에 커피와 라면도
끓여왔다"고 말했다.

행사참가를 위해 제주 대구 포항 대전 광주등 전국에서 달려온 참가자들은
레스토랑 수준으로 변모한 사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3부 "축제의 장"
시간을 가졌다.

개그맨 김종석씨의 사회로 김사장을 비롯, 인기가수 주현미 설운도씨가
삼성전자가 만든 노래방 시스템으로 구성지는 노래를 부르며 즐겼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은 친정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했다.

김사장이 같이 일했던 여사우들로부터 안부편지를 받은게 계기가 돼 행사
를 마련했다는 삼성전자측은 의외로 참가자가 많고 행사반응도 좋아 앞으로
연례행사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