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회장(41)의 전격 구속은 재계를 긴장시킨 사건이었다.

문민정부출범후 숨소리를 죽여온 재계로서는 10대그룹회장으로는 사실
처음 구속된데 대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청와대쪽에서 재계와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와중에서 터져나왔기에 더욱 놀랐다. 김회장구속이
가까스로 회복시킨 문민정부와의 신뢰관계에 흠집을 내지않을까 우려했다.

전경련이 사건의 불싸가된 형제간 불화를 해소하겠다며 거중조정에 나선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였다. 김회장이 전경련부회장이라는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2세들의 재산권싸움을 남의 일로 치부해 버릴 수 없었기 때문
이다.

이같은 인식은 금방 현실로 확인됐다. 김회장형제간 거중조정이 성과를
보이기도 전에 또다른 사건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김중원 한일그룹회장
형제가 재산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것이다. 고질병인 재산권
싸움이 재계의 이상을 흔들어버린 한해가 된 셈이다.

김승연회장은 문민정부출범후 가장 힘들고 괴로운 한해를 보낸 재계총수로
꼽힌다. 동생인 호연씨(빙그레회장)와의 재산권싸움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정부의 재계사정대상이라는 소문으로 시달렸다. 급기야는 지난 11월30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회장은 요즘 업무보고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회를 사절하고
있다. 성공회에서 넣어준 성경을 열심히 읽으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그는 29세에 총수자리에 올라 취임당시 1조6백억
원이란 그룹매출을 12년만에 재계9위인 4조8천억원으로 늘려 제2창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집안 경영에는 실패했다. 변호인의 보석신청을 계기로
그의 석방이 멀지않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영어의 인고가 그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