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대모님" "내가 어떻게 아오. 쇼군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요시노부는 잔을 들어 쭉 비웠다. 그리고 안주를
집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

"공순(공순)의 길을 택할 생각입니다" "공순의 길?" "예" "그럼.항복을
하는 셈이군요" "항복"이라는 말이 듣기 거북한 듯 요시노부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공순의 길, 즉 공손하게 순종하기로 요시노부가 마음을 굳힌 것은
오사카를 떠나 에도로 오는 가이요마루 안에서였다.

칠일날 아침에 오사카항을 출발한 가이요마루가 에도 앞바다에 도착한
것은 십일일 저녁이었다. 그러니까 닷새 동안 배안에서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길인지 생각을 거듭했던 것이다. 오사카에서
중신들에게 공언한대로 에도에 가서 전열을 재정비하여 다시 싸울
것인지, 아니면 두 손을 들 것인지,두 갈래 길이 있었다. 그 두 갈래 길
앞에서 번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그는 두 손을 드는 길을 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처음부터 전쟁을 할 생각은 없었던 터이고,또 첫 싸움에 진
마당에 다시 덤벼봐야 이길 가망도 없다 싶었던 것이다. 동북 쪽에는
막부를 지지하는 번이 아직 많다고는 하지만,이미 요도번과 쓰번의 배반을
본 터이라,그들도 언제 등을 돌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길 가망이 없는 전쟁을 끝까지 밀고나가면 결국은 막부의 괴멸과
도쿠가와 가문의 멸망,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몰고올 게 뻔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런 최악의 상황만은 모면하고 싶었다. 모면하는 길은 두 손을
드는 길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시노부는 두 손을 들되 무조건 들고 싶지는 않았다. 조건부로
들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가 원하는 것은 항복이 아니라, 휴전이었다.
가능하면 명예롭게 휴전을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명예로운 휴전을 할 수가 있을까. 명예롭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체면은 유지되는 그런 휴전을 성립 시킬 수 있을 것인가.궁리를
거듭한 끝에 그는 에도에 돌아가면 자기에게 의조모가 되는 덴쇼인과
의모(의모)가 되는 세이간인노미야(정관원궁)를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