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긴 나라라면 의례히 독특한 식문화와 미각이 있다. 이에따라
그나라 특유의 식품과 재료,농산물이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이나
재료는 쉽게 외산으로 데체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오래전 얘기지만 고추 값이 폭들해서 긴급 수입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동남아 일대를 순방하면서 현지 상사로부터 오퍼를 받고 샘플을 받아
보았다. 고추의 종류가 그렇게도 천차만별인 것에 새삼스럽게 놀랐다.
모양만 하더라도 크게는 바나나만한 것부터 작게는 팥알만한 것까지
수십가지나 되고,맛도 입에 닿개만 해도 펄쩍 뛸 정도로 매운 것부터
배추맛이 나는 것까지 다양했다. 특히 중국은 넓은 땅이라서 그런지
성마다 모양과 맛이 전부 다르다.

한국의 고추같이 알맞은 크기에 매우면서도 달콤한 맛의 고추는 거의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태가 워낙 급박했기 때문에 가장 근사치인 품종을
중국 인도 등으로부터 수입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우리나라 시장에 시가의
절반이하로 방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팔리지 않아서 애를 태웠다. 우리의
식문화에 외산고추가 잘 접목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고추와 달리 규격이나 맛이 어느정도 국제 표준화 되어 있다는
쇠고기만해도 그러하다.

일본의 수퍼마켓에 가면 쇠고기를 등급별 품종별로 나누어서 수십가지를
진열해 놓고 있다. 가장 싼 것은 1백g 당 3백엔냉외, 가장 비싼 것은
6천엔내외이다. 최하품은 대개 수입쇠고기중 저등급품이고 최상품은
이른바 고베등 특산지 쇠고기로서 맥주를 먹이고 음악을 들려주고 마사지를
해 주면서 사육한 쇠고기이다. 이 최상품 쇠고기를 맛보았는데 과연
진미라는 느낌은 들었으나 우리나라 돈으로 근당 30만원 가까운 돈을 내고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쇠고기는 일본 고유의 섬세한 식문화에
바탕을 두고 발전한 것이며 그 수요는 다른 품질의 것으로 대체할 수있는
성질이 아니다.

사회나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는 오늘날에는 식문화도 국제화 표준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 나라의 고유문화가 있는 한
고유의 식문화는 계속 존속, 발전할 것이고 이러한 식문화를 뒷받침하는
농업도 그에 맞춰 발전해 나갈 것이다. 국제화와 차별화가 함께 진전되는
발전과정속에서 우리나라 농업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