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석 식 < 과기처 인력정책관 >

우리나라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망의 21세기
초에 정상급 선진대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력 자원이 가장 중요한
요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학기술자들이 국가발전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 자신이
세계 최고수준의 전문성과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
에서는 그들에게 가시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연구비와 시설과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신바람나서 연구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재정적 비재정적
대우를 높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같이 통상적인 처우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요소를 필자는 강조하고자 한다.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자가 하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들에게 성원을 보내고 격려하는 일이다.

첫째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기대수준을 정상화 하자.
과학기술의 개발단계는 벼농사에 비유될 수 있다. 과학기술에도 양질의
볍씨와 같은 기술씨앗을 탐색하는 "기초연구"단계가 있고,못자리에 파종
하는 "응용연구"단계,논에 모내기를 하는 "개발연구"단계,그리고 벼에
비료와 농약을 주어 길러서 수확하는 "상품화"단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수준은 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리하여
반도체와 같이 세계정상수준에서 원천기술에 도전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응용.개량수준에서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기술분야도 있다.

따라서 256메가D램반도체연구팀에 기대하는 똑같은 수준의 결과를 다른
연구팀에게 요구하고,그것이 안되면 한마디로 꾸짖는 자세는 자제되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자들의 고뇌를 알아주자.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원리와
새로운 물질을 찾아 헤매는 연구원들은 말할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고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 신의약이나 신농약의 연구개발에는 8,000분의1에서
1만분의 1정도의 성공확률밖에 없다. 고뇌의 기간도 1~2년이 아니다.
아이디어의 탐색에서 상품화까지 8~15년의 세월이 소요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에는 형극의 인내가 필요하며,자신과
싸우는 고독한 삶이 연속된다. 과학기술자들이 그 길을 중단없이 가도록
우리 다같이 마음의 힘을 모아 주자.

셋째 과학기술자가 이루어낸 조그만 일에도 찬사를 아끼지 말자. 과학
기술자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거둔 결실에 대하여 찬사를 보낼때 그들의
사기는 충천해 진다. 그럴때 그들은 더 좋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좋은 성과를 평가절하
하는 성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젊은 과학도들에 의해 제작된후 지금 이 순간
에도 우주공간을 돌면서 각종 실험을 실시하고 있는 2개의 "우리 별"을
그것들에 사용된 기술과 부품들의 많은 부분이 외국산이라 하여 "남의 별"
로 규정 하는 점이 안타깝다.

영국과 공동으로 설계 개발한 우리별1호가 있었기에 우리 스스로 조립
제작한 우리별2호가 나왔고,국산부품50%를 사용하는 다목적 실용위성을
94년부터 개발할 계획을 갖게 된것일 아닌가.

또 있다. 한국화학연구소 연구팀에 의하여 개발된 "고성능 약물전달용
초미세 캡슐기술"에 대한 논란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항암제등
자극성이 강한 약물로부터 위벽의 손상을 막을수 있게 된다고 한다.
항생제의 과다한 복용으로 위장병을 앓아본 사람에게는 커다란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에 기반을 두었든 기존의
기술들을 결합하여 만들었든 최종결과는 획기적이지 않는가.

이와같이 소중한 결과들에 대하여 뻥튀기라는 언어의 칼날을 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면해 있는 과학기술시대의 주권을 지키는 첨병은 실험실에서
불철주야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이다. 우리네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사람들도 과학기술자들이다.

우리가 최첨단의 세탁기 냉장고 진공청소기 비디오.오디오시스템등을 사서
쓸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여유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과학기술자들이 그것을 개발하지 않았더라면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과학기술자들의 정성과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러한
문명의 이기들을 누릴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