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세계 해양설비시장에서 새주자로 떠올랐다. 특히
<>인도 서쪽 아라비아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양설비공사는 현대가
<>주도하고 있다. 몬순기간 이후라서 설치작업이 한창인 현대중공업의
<>닐람유전지대 공사현장을 찾아 ''석유를 생산할 공장''을 건설중인
<>현대맨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인도서쪽 아라비아해에는 우리 손으로 만드는 "해상 석유생산공장"이
건설되고있다. 또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정도인 3백Km의 해저송유파이프
가 아라비아해 아래에 거미줄처럼 깔려지고 있다.

지난 15일 인도 봄베이 북부지역 주루에 있는 국영석유공사 (ONGC)전용
헬기장. 예정시간보다 8시간 30분 늦게 출발한 아에로플로트제 24인승
헬기는 약 15분만에 봄베이에서 서남쪽으로 45Km 떨어진 아라비아해상
플랫폼에 안착했다. 현대중공업이 해상석유시추설비를 설치중인 닐람
유전지대에 마련한 헬기장이다. 때마침 인양능력 2천5백t짜리 크레인
으로 길이 1백34m (잠실야구장 홈플레이트에서 중앙외야까지 거리가
1백20m이다), 구경 1백82Cm짜리 파일을 해저에 박는 작업(항타)이 진행
중이었다.

몬순기간(5월-9월)이후라서 잔잔하기 그지없는 아라비아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을 내며 파일은 서서히 꽂히고 있었다. 오후 5시30분께 시작된
마지막 파일설치작업은 자정이 돼서야 끝났다. 육상공사로 치면 기초골조
공사가 끝난 것이다. 해상공사(offshore)에서는 이를 재킷설치작업이라고
한다. 지난 11일 울산야드를 출항한 모듈이 내년 4월말까지 재킷위에
얹히면 또하나의 "해상공장"이 완공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2년부터 인도시장에 진출, 지난 90년까지 10개의
해상공장을 지었다. 지난해 2월부터는 10억7천만달러 규모의 3개 해상
공장(NPC,NQP,L-II)을 내년 4월 준공목표로 건설중이다.
시추공정, 캐올린 원유를 가스와 분리하는 공정, 원유를 육상으로 보내는
공정등이 "해상공장"에서 모두 이뤄지고 있다. "10개의 해상공장을 모두
합치면 여천석유화학단지보다 클 것"이라고 현지에서 만난 안종규
현대중공업상무(해양사업개발본부)는 설명한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건설중인 해상공장의 규모를 보면 안상무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닐람유전지대에 짓고 있는 공장(NPC)은 가로 80m,세로
34m, 높이 66m짜리 재킷이 2기,이 규모의 절반크기 재킷이 3기다.
철구조물 중량은 1만9천t이다. 닐람유전지대에서 서쪽으로 1백Km정도
떨어진 봄베이하이 유전지대에 건설중인 공장 2개(NQP,L-II)에는 가로
25m-55m, 세로 27-34m, 높이 64-73m짜리 재킷 7기가 설치되고 있다. 이
공장에 소요될 철구조물 중량은 2만3천t정도이다. 3개공장의 재킷중량은
성인 70만명 몸무게(60Kg기준)를 합한 것과 같다. 이들 재킷위에는 4층
짜리 건물(모듈)이 얹힌다. 19기의 모듈철구조물 중량은 3만3천여t에
달한다. 10개 해상공장에 소요된 철구조물중량은 모두 29만2천t이다.

현대중공업이 ONGC로부터 수주한 해상공사는 지금까지 전체발주량의
20% 정도다. 인도회사들의 수주량이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이 두번째다.
세계에서 해상공사로 명성이 높은 미국 맥더모트, 일본 스미토모,
네덜란드 히레마, 프랑스ETPM, 이탈리아 사이펨, 바레인 NPCC등을
제치고 외국업체로는 현대중공업이 아라비아해상을 제패한 셈이다.

인도의 하루 석유수요량은 1백10만배럴이다. 이중 55%정도는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한다. 또 수요량의 42%정도를 해상에서
채취,공급한다. 해상에서 생산한 석유의 44%정도는 현대중공업이 설치한
"해상공장"에서 퍼올리는 것이다. 인도정부가 82년부터 10년간 22억
달러(계약액기준)어치 공사를 현대중공업에게 주고도 현대를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이처럼인도 석유수요량의 상당부분을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80년 사우디아라비아 액화천연가스(LNG)탱커터미널
공사를 시작으로 해상공사에 뛰어들었다. 이후 아랍에밀레이트 중국
캐나다 인도등지에 해상공사를 벌이고 있거나 공사를 끝냈다. 이중
인도에서 수행한 공사가 가장 많고 이들 공사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기술수준은 세계 유수해상설치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14년간 해상공사에 참여한 이동명 현대중공업부장 (인양능력 2천5백t
짜리크레인을 갖춘 바지선 선장겸 NPC공사소장)은 "ONGC가 우리회사에
첫발주를 내자 세계 해상설치업계에 "대반란"이 일어났다고 야단들
이었다. 그러나 우리회사가 좋은 품질로 납기를 앞당겨 공사를 마쳐주자
ONGC가 10년간 꾸준히 우리에게 공사를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