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이 대폭 교체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재무 상공자원부장관 등을
유임시킨채 팀장을 바꾼 것은 일단 경제팀을 잘 이끌어 나가라는 뜻으로
볼수 있다. 전반적인 경제정책과 개혁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경제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농림수산 노동부장관을 교체한것도 쌀시장개방대책을 무리없이 마무리하고
노동정책을 쇄신함으로써 경제정책을 보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새로 짜여진 경제팀에 재무 상공자원부장관등이 유임돼 당초 예상보다
소폭적인 교체라고는 하나 앞으로의 경제운용방식은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경제팀장인 정재석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의
등장이 변수다. 종래의 경험으로 볼때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정책의 향방은 사령탑이 바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영삼정부의 향후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경제에 신경을 쓸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데다 96년에는 국회의원선거가 이어지는등 고작 내년 한해가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볼수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경제팀장이 등장해
지지부진한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정부총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제장관들이 각자
제 역할을 다할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이다. 전임 이경식경제팀의
경우 금융실명제 금리자유화 규제완화등 많은 개혁과제를 추진했으나
그때그때 해결해야할 과제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총리인 경제팀장이 각 부처 장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부족했던 탓
이라는 비판도 있어왔다. 이 전부총리의 경우 취임초기 대통령 경제수석에
밀려 경제팀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던 것도 리더십의 부재로 저적되기도
했다.

사실 새경제팀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볼
수 있다. UR협상의 타결로 밀려올 개방파고를 슬기롭게 대처해야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다. UR협상이 일단 타결됐다고는 하나 앞으로 후속 협상이
줄줄이 남아있는데다 전임 황총리가 서둘러 발표한 농업 지원대책을 마무리
하는 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단 농업개방 대책만이 아니다. 서비스 금융 등 경제 각분야에서 개방에
따른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시책에 발목이 잡혀
있는 기업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지 않는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재무 상공자원부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규제완화등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작업을 계속 추진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난 1년간의 경기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마냥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투자확대등 종래의 경기활성화
시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볼때 내년에는 보다 과감한 경기
대책과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시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새경제팀이 시도할수 있는 정책선택의 여지는 그리 많다고 할수는
없다. 지난 한햇동안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또 실명제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돈을 풀어놓은 상황이라서 물가불안이 우려되는 탓이다.

정부총리가 과거 유능한 경제관료였다고는 하나 이런 상황을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과연 80년이후의 오랜 행정 공백을
메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