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 4분기(7-9월)중 기업과 개인은 금융실명제로 풀려나온
돈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3. 4분기자금순환동향(잠정)"자료에 따르면
이기간중 기업의 금융자산운용규모는 9조원으로 작년같은 기간의
5조4천억원보다 4조6천억원 증가했다.

기업들은 으레 투자할 돈보다 가진 돈이 적은 자금부족주체로 3.4분기중
에도 자금부족규모는 9조5천억원으로 부족규모가 전년동기보다 1조7천억원
늘긴 했으나 외부에서 18조5천억원을 꾸어와 부족자금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고수익금융자산으로 운용했다.

한은관계자는 실명제실시(8월13일)로 자금사정이 불확실해져 기업들이
단기금융자산과 현금보유를 늘렸다고 설명했으나 부족한 돈보다도 훨씬
많이 빌려 투자했다는 점에서 재테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인부문에선 이기간중 씀씀이가 다소 줄어 쓰고 남은 잉여자금이
전년동기보다 1조8천억원 많은 7조6천억원에 달했다.

개인들은 이처럼 남는 자금에다 금융기관등에서 꾼돈까지 합해 모두
15조9천억원을 금융자산으로 운용했는데 이는 작년같은 기간의
10조6천억원보다 5조3천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개인들은 특히 실명제의 파급효과를 의식하고 9월말 추석을 감안한듯
현금보유를 작년 같은기간보다 8배나 많은 4조4천억원으로 늘렸다.

개인의 남는 자금이 많아져 이돈으로 기업의 부족자금을 메워준 "개인의
기업부족자금보전율"은 이기간중 작년같은 기간보다 6%포인트 높은 80.1%에
달했다.

이기간중 기업이 외부에서 꾼 돈 18조5천억원중 은행 단자사등에서 꾼
간접금융의 비중은 55. 8%로 작년같은기간보다 12. 3%포이트 높아졌다.

금융기관을 뺀 정부 기업및 개인의 금융자산보유규모는 지난 9월말현재
잔액기준 5백82조8천억원으로 1년전보다 87조4천억원 17. 7% 증가했다.

이번 3. 4분기 자금순환동향은 정부가 실명제의 조기정착을 위해 많은
돈을 풀어 그돈중 상당부분은 어려운 기업에 지원됐으나 또다른 상당부분은
기업이나 개인이 고수익금융자산에 투자하는 데 쓰였음을 나타내주고 있어
당시의 풍부한 자금공급이 과연 적합했느냐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