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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국문화] 에필로그 (상) 물신주의 팽배 극복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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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유종호씨(58.이화여대 교수)는 91년봄 우리문학이 평등주의의
    잘못된 적용으로 인한 몰개성주의 및 장인정신 결여에 따른 졸속적 대작
    주의,개그적 발상의 확산등으로 심각한 비속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간 "민족과 문학")

    유씨는 따라서 우리문학이 문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삶과 취향의 품위
    복원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일본 문학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며 하루속히 우리문학의 개성과 품위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
    했다.

    평등주의란 본래 정치적 사회적 개념인데 이를 문학분야에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 탁월함에 대한 경의의 철회를 야기시켰을 뿐만아니라 범상하고
    무딘 것에 대한 부질없는 숭상을 낳음으로써 재미와 섬세함 모두에서 일본
    문학에 뒤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졸속적 대작주의와 개그적 발상으로 인한 취향의 비속화는 냉소주의와
    합세,문학은 물론 삶 전체를 온통 우스꽝스럽고 누추한 것으로 오염
    시킨다고 꼬집은 유씨는 따라서 우리문학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일본
    문학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빼어남과 완벽함 정교함에 대한 숭상과 정성들여
    솜씨를 다듬는 건전하고 본래적인 장인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씨의 이처럼 앞선 지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90년대초 우리 문화예술계
    전반에는 몰개성주의와 졸속적 대작주의 개그화 현상이 가속화 됐다.

    대중화내지 일반화라는 이름아래 몰개성주의가 확산되고 탈권위주의라는
    미명하에 문화예술의 개그화가 진행됐다.

    문화의 산업화는 곧 지나친 상업화 저질화로 이어지고 국제화는 문화
    주권의 상실내지 서구문화에 대한 종속화현상으로 연결됐다.

    문화의 대중화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인구및 애호인구의 확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양의 증가가 질의 향상을 수반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하쪽으로만
    몰고 가는듯한 경향을 보이는데 있다.

    대중화내지 일반화가 삶과 취향의 전체적인 품위와 질 향상에 별다른 기여
    를 하지 못한채 하향평준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고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깊게 하고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총수에서 평범한 샐러리맨,미혼의 여성카피라이터,가수와 배우,
    택시운전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책을 내는 것은 어쩌면 괜찮은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인기에 편승한 상업적 목적이나 보편성을 획득하기 힘든 소영웅심
    의 발로에서 비롯된 신변잡기의 출판은 독자들의 정서나 출판의 어느 쪽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것처럼 보인다.

    도움이 되기는 커녕 자칫 청소년층에게 자신의 삶을 하잘것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거나 각고의 노력없이 어느날 갑자기 스타가 될수 있다 혹은
    평범한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같은 만인 출판 풍조는 언어와 문장의 선택이나 검색이
    이뤄지지 않은 마구잡이 출판물이 양산되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문화의 대중화 일반화의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노출 장면이
    많거나 내용이 자극적인 연극의 상업적인 성공은 대부분의 극단이 전달
    하려는 주제나 줄거리에 관계없이 여배우의 옷을 벗기는데만 급급해하는
    이상현상을 일으켰다.

    금기소재의 해제가 이데올로기가 아닌 성문제소재의 해제로 직결된
    셈이다.

    한때 생겨났던 창작극붐은 어디론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번안극이라는
    국적불명의 번역극만이 판을 친다.

    무협지를 방불케하는 역사소설의 폭발적인 판매는 우리 문학에서 언어의
    조탁물로 여겨지던 단편의 설자리를 앗아가고 줄거리 중심으로 기술되는
    장편의 존재만을 가능케함으로써 문학의 예술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문화의 대중화 일반화에서 비롯된 탈전문화는 또 한가지를 정성스레 갈고
    닦는 장인주의의 소멸을 가져왔다.

    화가나 조각가의 경우 40대가 되어야 겨우 개인전을 열던것은 아득한 옛
    이야기이고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개인전을 갖기 시작,30대 초반에 개인전
    5~6회 개최의 경력을 쌓고 중견작가대접을 받고자 한다.

    만드는 사람이 전문인이 아니고 따라서 내용이 시원치 않아도 기획과 홍보
    만 잘하면 얼마든지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과 실제 드러난
    몇몇 예는 문화예술계 전체를 한탕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문화예술은 결코 특정 전문가만의 소유물일 수 없다. 등단문인이
    아니더라도 좋은 시 소설을 쓸수 있으며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훌륭한 화가가 될수 있다. 가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음반을
    만들수 있으며 가족사진이 담긴 달력을 만들수 있다.

    하지만 이제 문화예술부문의 물신주의는 극복되어야 한다. 물신주의가
    우리사회 전반에 아무리 팽배해 있더라도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만은
    인본주의의 소중함과 진정성이 회복되어야 보다 나은 내일의 삶,사는것
    같은 삶을 기약할 수 있는 까닭이다.

    문화예술의 대중화가 문화예술의 저질화 몰개성화 상업화로 연결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풍토의 조성
    으로 이어질때 문화주권 또한 획득될 것임에 틀림없다.

    <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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