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 정광우 제일은행 국제금융부장>

한국경제신문과 중국의 경제일보 공동주최로 지난5~11일 열린 "한국금융
산업과 경제발전"심포지엄 참석차 북경을 다녀왔다.

널찍한 간선도로와 즐비한 고층건물,그리고 사람 자전거 차량들로 뒤덮인
북경의 중심도로를 보면서 생각보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론이 상당히
접목되어 바야흐로 개방시대를 맞은 중국의 수도다운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79년 개방정책이후 빠른 속도로 변모해온 중국은 정치 경제 사회등
모든면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92년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여 새로운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수립이라는 개혁목표를 확립한 바 있다. 이에따라 금융시장의 국제화도
진일보하여 많은 정책적인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징후는 우리가
만난 현지 중앙은행을 비롯한 여타은행 고위관리들의 말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사회주의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시장의 개방에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뒤따르고 있어 정책입안자들의 고민이 여러곳에서 보이는듯 하였다.
궁여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환율제도의 2원화를 개방후 15년여가
경과되었음에도 아직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어려움을 엿볼수
있었다.

중앙은행은 외국인에 적용하는 국가고시환율과 인민폐에 적용하는
시장환율을 2원화하는 기존제도를 94년 상반기에는 일원화하고 전국을
동일외환시장으로 통일하기 위한 제도의 변혁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이에따른 무역및 국내물가의 추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어떤
운용의 묘를 찾을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또한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고 고속성장을 당분간 계속해야하는 중국경제의
현실에 대한 중앙은행 고위직의 고충섞인 실토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그래도 내년에는 은행이자율을 상향 조정하고 GNP는
9%정도,인플레는 10%이하의 목표를 잡고 경제운용을 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중국내 금융기관의 개혁방향을 보면 그동안 중국의 전문은행인
중국은행 공상은행등 4개은행이 기업성보다는 행정성이 강하여 상업적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왔다. 이러한 은행들을 상업은행화하여
산업금융을 전담토록 하고,정책금융을 전담할 장기개발신용은행
수출입은행등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인민은행의 진원 부총재는 전했다.

중국에는 현재 외국은행들이 255개의 사무소와 93개의 지점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외국은행 진출에는 일정한 요건,즉 사무소 설치후 3년이
경과하고 본점의 글로벌 자산이 200억달러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꼬리가
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에는 신축성있게 운용하겠다고 밝히는
중앙은행부총재의 말에서 중국인다운 금도같은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외국은행들이 인민폐(RMB)영업을 못하는등 북경금융시장이 개방이
되지않은 상황에서 향후 개방일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영업개방을 위한
법적보완작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의 답변으로 대신했다.

중국은 급속히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개방후 어떤 법적인 장치들이
완벽하게 정비되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침"으로 금융시장을
조정해 나가고 있어 상황대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포지엄 참가를 통해 현장에서 그 변화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살펴보고 두나라의 금융관계 고위관계자들이 대화의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는 것이 수확이라고 자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