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정만호특파원] 쌀시장 개방을 3년 늦춰달라는 한국쪽의 요구를
미국쪽이 받아들이지 않아 95년 1월1일부터 쌀 수입이 확정된 것으로 알
려졌다.
한국쪽에서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 미국쪽에서 마이크 에스피 농무장
관이 각각 참석한 가운데 12일 오후(현지시각) 열린 한-미 농업장관 회담
에서 한국은 기존의 관세화 유예기간과 최소시장 접근폭 외에 3년간의 수
입 동결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미국은 이러한 예외조처가 다자간협상에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국쪽 협상 관계자
가 밝혔다.
이로써 한국의 쌀시장 개방조건과 관련한 한-미간 쌍무협상은 이날 회
담을 끝으로 사실상 종결됐다.
양국은 그러나 쌀을 제외한 농산물의 개방조건에 대한 협상은 실무 차
원에서 1~2일 연장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서 두 나라 농업장관은 한국의 쌀시장 관세화 유예기간을 1
0년, 최소시장 접근폭은 시작연도 2%-최종연도 4%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서 에스피 미국 농무장관은 "한국에 쌀시장 개방유예기간
을 10년이나 허용한 것은 쌀산업이 취약한 한국의 상황을 크게 고려한 극
히 예외적인 조처"라며 "더이상의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
히했다.
그는 또 "수입 동결기간 허용은 농산물 무역 자유화라는 우루과이라운
드의 기본정신에도 벗어나는 것으로, 한-미 양국이 합의한다 해도 다자간
협상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면서 "이는 미국 정부의 최종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쇠고기 등 국제수지균형(BOP) 품목 가운데 일부
에 대해서는 한국의 요구보다 낮은 수준의 특별관세와 실링관세를 허용해
95년부터 전면 수입 개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분야 협상을 맡고 있는 한국의 임창렬 재무부 제2차관보는 제
프리 세이퍼 미국 재무 차관보와 금융분야 고위실무협상을 벌였다. 이 협
상에서 미국은 선물환 등 금융 신상품의 영업허용과 투자신탁 및 투자자
문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을 100%까지 높이는 등 한국 금융시장의 개방 확
대를 거듭 요구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반덤핑 분야에서 유럽공동체(EC) 등 주요 국가가 미
국의 최근 수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한국도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11일로 예정됐던 허 농수산장관과 미키 캔 고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간의
회담은 미국쪽 사정으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