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거리의 화랑가에 들려보면 찬바람이 돈다. 미술품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거의 찾아 볼수 없고 화생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주름살이 드리워져
있을뿐이다. 경기침체의 한파가 비단 미술품시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80년대후반부터 90년대초까지 누렸던 활기를 찾아 보기 어렵다. 물론
개인전이나 그룹전이 열리는 미술관이나 화랑에는 친지들과 애호가들의
발길이 붐비긴 하나 전시비용도 충당할 상황이 물되어 작가들의 한숨을
나오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그림값은 여전히 호황기의 수준을 맴돌고 있다. 그림값의 버불
현상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작가들의 그림값이 외국작가들의 그림에 비해 더욱 비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손바닥만한 크기의 한호당값이 1억~1억
5천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에 덩달아 무명.비인기작가들
의 작품값도 치솟았음은 물론이다.

그림값의 급격한 상승현상은 지난 89년에 시작되어 91년에는 2~10배 뛰어
올라 최고조에 이르렀고 불황의 그림자가 가시화된 92년에는 급기야 보합세
를 이루어 호황의 황금기를 마감했다.

"월간미술"지는 그림값의 이러한 버블현상이 올들어 걷혀가는 조짐을
보였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일부 유망 인기작가들의 그림값이 내림세
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품 거래가 여전히 소강상태를 면치
못했다는게 화랑가주변의 얘기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국제미술시장의 측근들이 오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역국 미국등의 소러비와 크리스티경매장의 거래가 80년대
말의 호황과 유사하게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미술시장이 그동안 침체된 것은 경기불황과 실명제실시라는 악재의
여파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비정상적으로 조성된 투기분위기
에 의한 그림값의 폭등으로 일반 애호가들의 미술품 접근을 막으려다 한국
작가들의 국제시장 진출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미술시장의 활로는 무엇보다도 그림값의 국제수준으로의 하향조정,
국내외작가와 호상들의 일방통행적인 가격결정이 아니라 소비자와 더불어
가격을 형성시키는 수요공급의 원칙이 도입되고 우물안 개구리식의 시장틀
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