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의 빗장이 열렸다.

국민들이 그토록 걱정하던 쌀시장개방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우리 앞에
닥쳐왔다.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을 단장으로한 UR협상 정부대표단은 4일오후부터
5일까지 이틀동안 3차에 걸쳐 마이크 에스피 미농무부장관등 미국측과
양자협상을 열고 쌀시장의 예외인정을 사정했으나 UR의 기본원칙인
"예외없는 관세화"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백기를 들고 말았다.

허장관은 이와관련,"7년간 노력이 끝내 물거품이 됐다"고 허탈한 심정을
피력했다. 이에따라 우리농업의 얼굴인 쌀시장이 국제곡물상인들에게
사실상 개방되는 충격적인 사태를 맞았다.

쌀은 주식으로서 식량안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UR농산물협상
타결로 쌀시장의 빗장이 풀려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우리의 농업이 위기에
처하는 국면을 피할수 없게 됐다.

필수기초식품인 쌀은 우리 국민들의 에너지 섭취량 가운데 41%를
공급하고있는 주요곡물이며 농업소득의 44%,농가소득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또 쌀농사에 참여하는 농가의 비율이 84%로 농작물 가운데 가장
많으며 경지면적 중에서도 57%가 논으로 이루어져있다.

지난해 쌀 생산액은 7조2백82억원(부가가치기준)으로 국민총생산(GNP)의
3. 1%,농업생산액의 48. 5%를 차지했다.

쌀생산량은 88년 4천2백만섬을 정점으로 89년 4천95만섬,90년
3천8백98만섬,91년3천7백39만섬,92년 3천7백2만섬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3천2백50만섬으로 추정되고 있다. 쌀자급률은 91년 1백2.3%를 고비로
지난해 97. 5%로 떨어졌다.

농림수산부는 재배면적이 줄고 이농이 확대됨에 따라 오는 98년 쌀생산량은
92년대비 9. 5%가 줄고 쌀생산액의 GNP비중이 2%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
하고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쌀시장이 개방되면 우리쌀에 비해 3분의1 내지 5분의
1선인 외국의 값싼쌀이 대량수입되면서 국내 쌀값이 형편없이
하락, 농민들은 쌀농사를 다투어 포기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있다.

농민들의 쌀농사포기는 국내농업의 피폐화현상을 가속화시켜 급기야
농업기반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쌀시장개방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양곡자급율을 떨어뜨리며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따라
장기적으로 농업기반이 붕괴될 경우 우리는 국제쌀값에 끌려가 비싼쌀을
먹게되는 약자의 입장에 서게된다.

김동희단국대교수는 "UR타결로 쌀교역이 완전자유화될 경우 우리가
수입하는 쌀값은 당장 2배이상 뛸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식량난은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1인당 쌀소비량의 남한의 절반수준인 북한 동포들에게도 그만큼 많은 양을
공급해야 하는데 생산기반이 무너져있어 쌀수입량은 더욱 늘어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불가피해진다.

쌀농사포기로 이농현상이 확대되면서 실업자로 전락한 농민들의
처리문제나 이농인구의 유입으로 빚어지는 도시과밀화현상등도
쌀시장개방으로 일어나는 사회적문제가 아닐수 없다.

한마디로 쌀개방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면 지금이라도 농업구조
개선사업 등 농정에 대한 대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