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삶을 살다간 실존인물을 형상화해 우리 소설사에서 보기
드문 색다른 인물전형을 만들어낸 풍자소설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작가 송언씨(37.본명 송춘섭)가 최근 내놓은 "인간하날님 아버지께옵서"
(현암사간)는 그동안 동키호테라는 외국인이 대신 자리잡고 있던 기인의
우리식 인물전형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제까지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기인이라 할 지라도 대부분 지식인
이거나 엘리트들이었습니다. 고집스럽고 괴팍하지만 인간냄새나는
민중적 기인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송씨는 이 소설을 통해 "기존
가치관에 타격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시대의 관심이 화려한 곳으로
쏠려있을때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도 인간들이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균형잡힌 이해를 보이는 것이 작가들의 책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천궁거사 금정협은 일제 해방 전쟁 군부독재의 현대사를 살아오며
세상과 무관히 딴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그는 열여덟살 무렵 어느
대낮에 갑자기 천명을 받는다. 하늘에서 울린 소리는 "무명을 깨치라,
황금이 나의 문을 멀게 하느니라(황금사아자탈무명)"라는 말이었다.

그날 이후 동네사람들에게 귀신씌웠다는 말을 들어가며 천궁거사는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중용"을 혼자 독파하고 "주역"은 어려워 중도에 포기했다.
사찰과 명산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공부를 했다. 그사이 농사도 망치고
집안도 거덜났다. 마침내 천궁거사는 1974년 나이 쉰여덟에 "40년공부
대완성"을 이룬다.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을 "인간하날님 아버지께옵서"로
칭한다.

그의 사상은 "황금불탐주의,만민평등"으로 요약된다.
이후 천궁거사는 세상나들이를 시작한다. 유신직후의 서울 저자거리에서
시국강연을 하다 모기관에 끌려가기도 하고 수차례 서울에와 미국대사와
전두환대통령,이민우 신민당총재등 인사들과의 면담도 시도한다. 자신의
인사순방이 여의치 않자 천궁거사는 당대의 박사들을 찾아나선다. 철학
천문학 경제학박사들을 만나보지만 그의 얘기를 듣는 박사는 찾기
어려웠다. 해서 스스로 박사가 돼보겠다고 논문을 들고 문교부 및
각대학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세상은 "대인물 인간하날님아버지께옵서"를
알아주지 않는다.

송씨는 천궁거사의 행보를 통해 70~80년대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2분법으로 모든 것을 갈라버리는 시각은 통용되지 않는 90년대
입니다.
작가들은 다양하고 다층화된 삶의 양식과 그것을 가진 인물들을 부지런히
찾고 탐색해야할 것입니다" 송씨는 82년 중앙일보신춘문예에 소설 "그
여름의 초상"이 당선돼 등단했다. 그동안 장편 "광야" "어린 청춘의
지옥", 소설집 "인간은 별에 갈 수 없다",연작소설 "신악동전"등을
내놓았다. 10여년간 주로 몽상적인 실험적 소설들을 써왔다.

서울 용마국교에 재직하다 89년 7월31일 해직된 후 전교조활동과 작가
생활을 병행해왔다. 복직을 포기하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현재
그간의 전교조활동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물렁뼈씨"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풍자소설을 집필 중이다.

<권녕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