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대표는 단교후 여러 가지 막힌 부분을 풀어야 하기때문에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러나 대만대사 3년간의 경험을 살려 미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대북한국대표부의 초대대표로 24일 현지에 부임하는 한철수대표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옛 근무지를 다시 찾아가는 즐거움보다도 미묘해진
한.대만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책임감 때문인듯 싶다.

한중수교로 대만과 단교한지 17개월만에 비공식관계가 수립되어 "대사"
아닌 대표로 부임하는 절차 자체가 그렇고 우리나라와 대만간에 놓여진
현안이 꽤나 적지 않은 것도 이유일 것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비공식관계가 이루어진만큼 모든 것이 금명간 정상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대만사람들이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서운함을 풀어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한대표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 한중수교가 이뤄진 것을 대만도 인정은
하지만 그들 가슴속의 응어리를 우리가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대한감정의 순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이루어지기 어렵고 실질적인 경제교류의 활성화도 힘들다는 생각인 것이다.

"김영삼대통령도 이 점에 대한 당부를 되풀이했고 처음 단계에서는
저들과의 각종 협상도 협상이지만 대한감정의 순화에 온힘을 기울이려
합니다"

한대표는 지난88년7월부터 만3년간 대만대사를 지내면서 대만정부인사들과
돈독한 교류를 맺어 왔고 지난 8월 대전엑스포 유치사절단장으로 대북을
방문,적지않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한대표의 이같은 이력이 이번 대표
선임에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와 대만간의 가장 큰 문제는 우의를 회복하는 일외에도 무척
많습니다. 우선 사과 배와 바나나등 농산물 구상무역문제가 있고 단교후
중단된 자동차수출,그리고 항공기취항재개문제등이 있는데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한대표는 협상에 있어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인 특유의 국민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한대표는 "인내"를 강조하면서
거듭 각오를 다지는 듯했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