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재원마련을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2기지하철 2단계공사(6,7,8호선)로 사업비는
급증하고있으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본청과 각 구청은 비용절감등을 통해 지하철재원마련에 전력투구하라"
최근 간부회의석상에서 이원종서울시장이 발언한 이같은 특명은
지하철건설로 인해 서울시가 처한 어려움을 웅변해주고 있다.

내년도 시예산을 봐도 "지하철을 위한"예산편성인 느낌이다. 신규사업은
거의 동결됐다. "지하철이 뭐길래"라는 볼멘소리마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하철로 홍역을 치르고있는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미국증권 시장에서 조달하려던 양키본드발행계획이 재무부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발행규모는 올해부터 오는 97년까지 1조2천8백억원
어치였다. 이는 2기지하철 총사업비 8조3천7백억원의 17%에 달한다.
이가운데 재무부가 승인해주는 시설재도입분을 제외하더라도 8천억원에
이르는 현금차관에 구멍이 난 셈이다.

둘째는 정부지원금의 삭감이다. 정부는 지난89년에 지하철사업비의 25%를
지원키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정부도 예산이 빡빡한탓인지 공약했던 몫을
제대로 주지않고있다. 시는 내년도 정부지원금으로 4천1백45억원을
책정했으나 실제지원금은 2천4백8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89년말부터 올해말까지의 지하철건설 투입비용은 2조8천17억원.
공기가 97년까지임을 감안하면 공사가 4년이상 지났는데도 기존투자비가
총사업비의 33%에 그치고 있다. 내년부터는 그야말로 지하철공사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할 판이다.

내년도 지하철사업비는 2조1천5백억원. 이는 내년도 일반회계예산
3조4천억원의 63%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해 사업비로는 아마도
사상최대인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돈이 부족한 시가 궁리끝에 짜낸 묘안중의 하나는 지하철공사비를
시소유 토지로 대납하는 방안이다. 가뜩이나 안팔리는 땅을 처분할수
있는데다 부족한 현금도 절약할수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 관계자는 "20여년전에 구획정리사업에 참여했던 동아건설에 공사비를
땅으로 대납했었다"고 상기했다. 당시의 대납토지는 포철이 삼성동에
신사옥을 짓고있는 노른자위 땅이다.

또다른 방안은 일종의 외상공사를 가능한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공사를 하더라도 공사비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지급하는 경우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같은 채무부담 행위는 올해에 3천7백억원이나 내년에는
대략4천8백억원을 넘을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시에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증권사들이 미국의 골드만
삭스,모건 스탠리 ,본의 야마이치(산일)등이 "양키본드를 왜 발행하지
않느냐"며 독촉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들 증권사는 서울시에 대한
신용평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금리도 양호한 6.2%를 제시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시관계자는 "외국의 유수증권사들이 제발로 찾아와 싼 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야단인데 정부가 이를 막으니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통화증발억제정책도 중요하지만 싼 금리로 지하철을 건설할 경우
지하철요금도 그만큼 낮아지는 공공성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구기자>